'윤심' 한길 걷던 김장연대… 위기 앞엔 다른 길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해 초 윤심 업고 당권 장악 성공
당 악재 속에 각자 대응 방식 달라
김기현, 대표직만 사퇴 쇄신 찬물
장제원, 불출마 선언 혁신 신호탄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부산 사상구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정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부산 사상구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정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진하면서 국민의힘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김 대표와 장 의원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여당의 위기 국면에서 두 사람의 다소 상반된 행보에 대통령실과 여당 내 반응도 엇갈린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올해 3·8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3% 안팎에 머물렀다. 울산시장을 지낸 4선 국회의원으로 2022년 대선 때 원내대표까지 지냈지만 안철수, 나경원 등 지명도 높은 여당 정치인들과의 경쟁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 김 전 대표를 바닥에서 끌어올려준 정치세력이 친윤(친윤석열) 그룹이었다. 특히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외치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그에게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렸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여당의 새 얼굴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 이후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은 여러 고비 때마다 여권의 구심점으로 정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여당이 위기국면을 맞자 두 사람은 엇갈린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당을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불러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혁신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당 지도부와 친윤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했다. 당초 혁신위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두 사람은 결정적인 국면에서의 행보는 달랐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총선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는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김장연대의 한 축이었던 김 전 대표도 자연스럽게 거취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꼬박 이틀이나 지난 13일 오후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특히 사의를 밝히기 불과 몇시간 전 이준석 전 당대표와 회동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선언하는 비상식적인 행보를 했다. 이를 놓고 여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대표직 유지’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을 했다.

장 의원이 자신의 정치 인생을 좌우할 결정을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결단한 것과는 달리 김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져 기득권에 급급했다는 비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심중을 잘 헤아려서 용산의 부담을 덜어줬는데, 김 전 대표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쇄신의 모양새가 흐트러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여당 주변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지난 3월 전대에서 장 의원의 도움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만큼, 장 의원의 거취 결정에 앞서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 의원이 막상 모든 것을 내던지자 김 전 대표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윤심과는 달리 당 대표직만 던져버렸기 때문에 ‘질서 있는 수습’이 힘들어졌다면서 볼멘 소리도 나온다.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도 충분히 희생을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도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여당의 지도부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 대표 궐위에 따라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런 준비가 아직 덜됐는데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의 선택 때문에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