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한길 걷던 김장연대… 위기 앞엔 다른 길
올해 초 윤심 업고 당권 장악 성공
당 악재 속에 각자 대응 방식 달라
김기현, 대표직만 사퇴 쇄신 찬물
장제원, 불출마 선언 혁신 신호탄
최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진하면서 국민의힘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김 대표와 장 의원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여당의 위기 국면에서 두 사람의 다소 상반된 행보에 대통령실과 여당 내 반응도 엇갈린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올해 3·8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3% 안팎에 머물렀다. 울산시장을 지낸 4선 국회의원으로 2022년 대선 때 원내대표까지 지냈지만 안철수, 나경원 등 지명도 높은 여당 정치인들과의 경쟁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 김 전 대표를 바닥에서 끌어올려준 정치세력이 친윤(친윤석열) 그룹이었다. 특히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외치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그에게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렸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여당의 새 얼굴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 이후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은 여러 고비 때마다 여권의 구심점으로 정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여당이 위기국면을 맞자 두 사람은 엇갈린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당을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불러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혁신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당 지도부와 친윤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했다. 당초 혁신위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두 사람은 결정적인 국면에서의 행보는 달랐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총선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는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김장연대의 한 축이었던 김 전 대표도 자연스럽게 거취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꼬박 이틀이나 지난 13일 오후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특히 사의를 밝히기 불과 몇시간 전 이준석 전 당대표와 회동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선언하는 비상식적인 행보를 했다. 이를 놓고 여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대표직 유지’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을 했다.
장 의원이 자신의 정치 인생을 좌우할 결정을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결단한 것과는 달리 김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져 기득권에 급급했다는 비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심중을 잘 헤아려서 용산의 부담을 덜어줬는데, 김 전 대표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쇄신의 모양새가 흐트러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여당 주변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지난 3월 전대에서 장 의원의 도움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만큼, 장 의원의 거취 결정에 앞서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 의원이 막상 모든 것을 내던지자 김 전 대표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윤심과는 달리 당 대표직만 던져버렸기 때문에 ‘질서 있는 수습’이 힘들어졌다면서 볼멘 소리도 나온다.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도 충분히 희생을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도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여당의 지도부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 대표 궐위에 따라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런 준비가 아직 덜됐는데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의 선택 때문에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