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이재명 사퇴” 친명 “시스템 따라” 민주당 혁신 갈등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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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지도부 사퇴하고 비대위 출범”
‘원칙과 상식’ 단체행동 불가피할 듯
지도부 “사퇴 요구는 소수의견” 일축
절차 앞세워 비명계 공천 물갈이 시도
이낙연·이재명 만남 자체도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퇴진’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가 ‘혁신’을 위해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친명 지도부는 대표 퇴진은 ‘소수 의견’일뿐이라는 태도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퇴’로 시작된 ‘혁신 바람’에 대해서도 “비민주적”이라며 비판 목소리만 높였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사퇴’ ‘이낙연 신당’ 갈등이 깊어지면서 ‘586용퇴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이낙연 신당에 대해 ‘사쿠라(변절자)’라고 주장한 김민석 의원에 대해 당 안팎에서 “부끄러운 586”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철새’ 전력이 있는 김 의원이 ‘이재명 지키기’ 전면에 나서 ‘반성 없는 586’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비명계의 지적이다.

비명계에선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비대위가 총선을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친명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사퇴’는 물론 ‘586 용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의원 몇 분이 얘기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 사퇴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변화는 전혀 민주적 정당의 변화가 아니다”면서 “민주당에서 그런 식의 변화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혁신’에 대해 “시스템에 따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현역 의원 하위 10%에 대해 ‘감산 비율’을 강화하는 등 ‘물갈이’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현역 하위 10% 감산은 당내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고 있는 비명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지만 결국 결과는 ‘비명계 공천 탈락’이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지난 총선에서 비주류로 지목된 금태섭 의원이 당내 경선 탈락한 바 있다.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민주당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단체 행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 시한을 이달 말로 제시한 상태다. 내년 초 탈당이나 ‘이낙연 신당’ 합류 등의 선택이 예상된다. 신당 창당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15일 “(민주당의 변화가)확인이 안 되는 상태라면 신당 열차는 계속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는 등의 화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만남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양측의 만남이 예상됐던 18일 영화 ‘길 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 역시 시간이 달라 만남이 어렵게 됐다. 이 대표는 오후 2시 시사회에 참석하고 이 전 대표는 오후 7시 시사회에 참석한다.

이 대표는 대신 같은 시각 시사회에 초청받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는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주최 측에 참석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정세균 전 총리도 초청받았으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 일정 참석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 만나 ‘세 총리(이낙연·김부겸·정세균) 연대설’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김 전 총리, 28일에는 정 전 총리를 만나는 일정을 각각 조율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나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김 전 총리나 정 전 총리와의 만남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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