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절주 결심하기 좋은 새해 "단언컨대 건강한 음주는 없다"
[술의 위험성과 적정 음주량의 진실]
인체 발암성 근거 충분한 1군 발암물질
술로 개인 삶 안정성 흔들리느냐 관건
어떤 술이든 마시는 양 비례해 해로워
한국인 적정량은 '주당 평균 4잔 이하'
술자리 주 2회 넘지 말고 폭음은 자제
금주나 절주를 결심하기 좋은 새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남성 둘 중 한 명(48.8%), 여성 넷 중 한 명(25.9%)이 월 1회 이상 폭음을 한다. 연말 잇따른 술자리가 끝난 1월, 2013년 영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캠페인 '드라이 재뉴어리(건조한 1월)'에 동참해 한 달 동안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라영진 교수의 도움말로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알코올 중독, 남용, 의존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alcoholism)은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과도한 음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이라고 하고, 알코올 남용이 심한 경우 알코올 의존(alcohol dependence)이 된다. 알코올 남용과 의존은 환자 본인의 몸과 마음, 사회적 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환자 주변의 가족,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술은 1군 발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알코올 대사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1군이란 인체에 대한 발암성 근거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대부분은 위장을 거쳐 소장에서 흡수돼 간으로 이동한 뒤 분해된다. 이 때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되고 최종적으로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대사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홍조, 빈맥, 두통, 구토 등 이른바 숙취를 유발한다. 또한 세포와 DNA의 손상과 연관된 발암 물질로, 간암, 위암, 식도암을 비롯해 위궤양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절한 음주의 기준이란
라영진 교수는 "알코올 남용과 의존 진단 기준 어디에도 술의 양에 대한 기준은 없다"면서 "얼마나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주로 인해 개인 삶의 안정성이 흔들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한두 잔의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든지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좋은 술은 다른 술보다 몸에 좋다' 같은 속설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위험할 수 있다. '술이 세다'거나 '술이 늘었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다 보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이 증가해 취하는 시간이 지연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술은 섭취하는 알코올의 양에 비례해 해롭다.
한국어판 위험음주자 선별도구를 봐도 위험 정도를 나누는 기준은 술의 절대량보다는 음주량이나 횟수를 조절하기 힘든 상태나 음주로 인해 일이나 관계, 감정에 문제를 겪는 상황에 달려 있다.
다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음의 기준이라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고유의 적정 음주량을 계산한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체격도 작고 알코올탈수소효소(ALDH)의 활성도가 적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주당 평균 음주량이 4잔 이하인 경우 인슐린저항성이 낮았고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낮았다. 이 경우 10년간 심혈관질환 위험도도 낮게 나타났다.
■그래도 술을 마셔야 한다면
라영진 교수는 "건강한 음주는 없다"고 단언한다. 국립암센터는 2016년에 이미 '암 예방 수칙' 가운데 음주 관련 항목을 수정했다. 2006년 제정 당시 '술은 하루 2잔 이내로 마시기'에서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고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적정 음주량은 '제로'라고 선언했다.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면 술자리 횟수를 주 2회 이하로 제한하고, 적어도 폭음은 피해야 한다. 폭음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에 소주 한 병 수준이라면 건강에 해를 끼치는 폭음이라고 할 수 있다. 소주 기준 음주량이 남성은 한 병, 여성은 반 병이 되기 전에 술자리를 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석자와 술을 나눠 마시거나 권하지 않고 각자 술을 자신 앞에 두고 마시면 도움이 된다.
라영진 교수는 "기저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간 질환이 있다면 이보다 적게 마셔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이 폭음을 해야 하는 일이 없는 사회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