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tip톡] ③ 유럽 겨울여행 ‘폭설 마비’ 걱정된다면 헬싱키공항으로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달 초 폭설로 뮌헨공항 멈춘 날
헬싱키공항은 보란듯이 정상 운영
오랜 경험에 전문 장비‧직원 확보
그들만의 ‘스노하우’로 완벽 대처


이달 초 독일 뮌헨공항에 폭설이 내려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공항이 마비됐다. 뮌헨공항 페이스북 이달 초 독일 뮌헨공항에 폭설이 내려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공항이 마비됐다. 뮌헨공항 페이스북

“헬싱키공항은 11분 만에 눈을 치웠다는데 뮌헨공항은 눈 때문에 사흘간 마비라니!”

이달 초 독일 뮌헨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이 SNS에 쏟아낸 불만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겨울철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다 폭설을 만나는 것이다. 눈이 내려 공항이 마비되면 발이 묶여 사나흘씩 공항에 머물러야 할지도 몰라서다. 지난 2일 뮌헨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던 여행객 수천 명은 실제 이런 일을 겪었다. 폭설로 모든 항공기 운항이 취소된 것이었다.

항공기만 뜰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눈 때문에 공항이 사나흘이나 전면 마비됐다. 설상가상으로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중단되는 바람에 모든 여행객은 시내 호텔로 갈 수도 없어 꼼짝없이 공항에 갇혀야 했다.

그런데 뮌헨공항에 갇힌 여행객들은 뮌헨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린 핀란드 헬싱키공항에서 11분 만에 제설 작업이 끝나 항공기 이착륙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SNS에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뮌헨공항은 헬싱키공항을 배워야 한다.’

여행객들이 SNS에 쏟아낸 헬싱키공항 이야기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북쪽이어서 가장 추운 데다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는 핀란드에서 폭설로 공항이 마비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눈이 아무리 많이, 자주 내려도 금세 눈을 치우기 때문이다. 헬싱키공항의 활주로 1개당 제설시간은 불과 11분이다. 어지간한 눈이 내려도 눈 깜짝할 사이에 눈을 다 치운다는 이야기다.

폭설이 내린 핀란드 헬싱키공항에서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피나비아 페이스북 폭설이 내린 핀란드 헬싱키공항에서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피나비아 페이스북

뮌헨공항은 폭설 때문에 사나흘이나 마비되는데 헬싱키공항에서는 어떻게 11분 만에 눈을 치우는 게 가능한 것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눈의 특성과 헬싱키공항의 철저한 준비다.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의 겨울철 기온은 독일, 스위스 같은 중부유럽 국가보다 평균 2~4도 낮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의 눈은 매우 단단하고 건조해서 잘 녹지 않는다. 반면 중부유럽 국가에서 내린 눈은 금세 녹아 ‘슬러시’처럼 진창이 된다. 단단한 눈은 빨리 쉽게 치울 수 있지만 진창 눈은 치우기가 매우 어렵고 정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눈이나 살얼음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활주로는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위험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헬싱키공항의 제설 작업 능력이 뮌헨공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점이다. 헬싱키공항을 포함해 핀란드의 모든 공항을 관리하는 공항관리공사인 피나비아의 뛰어난 장비와 기술, 경험 덕분이다.

피나비아는 쟁기 같은 기초 도구에서부터 제설 약품, 분사기 등 다양한 기계는 물론 무게가 32t, 길이가 25m에 이르는 제설차 ‘바마스 PSB’ 등 전문차량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비 200여 종을 확보하고 있다.

겨울에 제설 작업만 담당하는 직원도 무려 75명에 이른다. 이들은 겨울에 언제 눈이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늘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이들은 겨울에만 일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근무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봄~가을에는 겨울 제설 상황에 대비해 전년보다 개선된 대책을 세운다. 또 장비를 정비하거나 훈련을 실시한다. 한마디로 1년 내내 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헬싱키공항 등 핀란드의 모든 공항에는 겨울에 주기적이라고 할 만큼 눈이 자주 내려 피나비아의 제설 경험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많은 직원이 제설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일하면서 훌륭한 제설 장비와 기술을 발전시키고 훈련과 실전을 쌓은 덕분에 제설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피나비아는 이런 경험과 요령을 ‘노하우(know-how)’가 아니라 ‘스노하우(snow-how)’라고 부른다.

헬싱키공항에 폭설이 내릴 경우 직원들이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제설해야 할 활주로는 3개다. 각각 길이 3500m, 폭 60m에 이르는데 먼저 3개 중 활주로 하나를 11분 만에 치운다. 하나를 정리해서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해지면 다른 두 개를 차례로 정리한다. 이 덕분에 눈 같은 기상 문제로 공항이 폐쇄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눈을 치우는 동안 이착륙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22년 12월에는 적설량 10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는데도 헬싱키공항은 자체 항공기 이착륙은 물론 인근 라트비아의 리가공항과 에스토니아의 탈린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항공기 착륙까지 도왔다. 2009년 겨울에는 최고 188cm의 눈이 내렸지만 역시 공항은 폐쇄되지 않았다. 겨우 두 시간 지연된 게 고작이었다

헬싱키공항의 어려움은 눈이 아니라 옆에서 부는 바람, 즉 측풍이다. 이 경우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헬싱키공항은 이때도 활주로 3개 중에서 하나만 폐쇄하고 나머지 2개는 운영한다. 따라서 공항 완전 폐쇄라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