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려다 내린 소주값…참이슬은 내리고 처음처럼도 계획 철회
하이트진로 참이슬 등 소주제품 출고가 10.6%↓
롯데칠성음료 역시 처음처름 등 인상계획 연기
정부 세금 감면에 업계, 가격인하로 화답
원가 압박에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하거나 가격을 이미 올렸던 주류업계가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부의 시그널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 1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 제품 출고가격을 인하한다고 18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전날 ‘처음처럼’과 ‘새로’ 등 출고가를 올해 안에 올리려던 계획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제품 출고가 인하는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적용된다.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진로와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는 기존 출고가보다 각각 10.6% 낮아진다. 과일리큐르 출고가는 10.1% 내려간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11월 9일부터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는 6.95% 올리고 테라, 켈리 등 맥주는 평균 6.8% 인상한 바 있다. 그러자 무학, 보해양조,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업체들도 뒤따라 가격을 올렸다. 오비맥주 역시 지난 10월 오비맥주가 맥주 제품의 공장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주류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던 롯데칠성음료 역시 맥주 가격을 유지하되 소주 가격을 올해 안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조치가 나오자 선회했다.
소주에 붙는 세금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롯데칠성음료 역시 가격을 인상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전날 롯데칠성음료 측은 “연내 가격인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인상시점과 인상률 등은 주중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소주 출고가 인상은 불가피 하다는 인식이 컸다. 소주의 경우 올해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가량 올랐으며 소주를 담는 병 가격도 20% 넘게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 맥주는 수입 맥아와 홉 등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종량세 물가연동제에 따라붙는 세금도 인상됐다.
이 같은 인상 흐름에 정부가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소주 제품에 붙는 세금이 내려가자 이미 올린 출고가를 낮추거나 기존 가격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국세청은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기준판매 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국세청은 국산 소주의 과세표준이 22.0% 할인되면 현재 1247원인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가 내년부터 1115원으로 10.6%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기준판매 비율은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되는 국산 증류주에 적용된다. 발효주류와 발포주 등 기타 주류는 1월 중 기준판매비율심의회 심의를 거쳐 2월 1일 출고분부터 기준판매 비율이 적용된다.
맥주·막걸리는 기준판매 비율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들 주류는 양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구조이기 때문에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 간 차별이 없다. 현재 맥주는 1KL당 88만 5700원, 막걸리는 1KL당 4만 440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