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건강만큼 소중한 산모 건강, 때 놓치면 평생 고생
산후풍 증상 및 원인과 예방
회복기 정신적·육체적 피로 늘고
조리·건강 관리 제때 못 해 발생
체중 증가나 과도한 보온도 원인
한약·침뜸, 순환 돕고 기력 회복
수면·식사·적정 온도 유지 중요
개인 체력 맞춘 체중 감량도 필수
겨울은 산후 조리가 특히 중요한 계절이다. 겨울에 출산 후 찬 바람에 노출되면 수년이 지나도 춥고 시리는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도 높아져 산후 다양한 질환을 겪는 산모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증·냉감부터 피로·우울감까지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최수지 교수는 “산후풍은 출산이나 유산 이후에 조리와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여러 증상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산후풍은 크게 국소 또는 전신에 근육통과 관절통이 나타나는 통증형과 냉감, 마목감(근육이 굳어 감각이 없는 느낌) 등의 감각장애형으로 분류된다. 통증과 냉감을 중심으로 피로, 어지러움, 땀, 우울감 등의 다양한 전신 증상들이 함께 나타난다. 출산이나 유산 후 6개월 내에 이런 증상들이 발생하고, 다른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 산후풍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산후풍의 배경적 원인으로는 임신 중 에스트로겐, 릴랙신 등의 호르몬 증가와 관절 가동성 증가로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취약해진 것, 임신 중 체중 증가로 무릎, 허리, 발목 관절의 부담이 커진 것, 출산 후 육아, 가사, 수유 등으로 관절을 과다하게 사용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즉 임신과 분만으로 변화한 몸이 서서히 임신 전 상태로 회복되는 시기에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 불면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증가할 때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산후풍을 비롯한 각종 산후병이 발생한다.
산후 증상 발생과 관련된 요인에 관한 국내 연구를 보면 임신 중 체중 증가가 많을수록, 연령이 증가할수록, 출산 후 의식적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린 경우 산후 관절 증상의 발생률이 높아졌다. 최 교수는 “특히 겨울에 출산하는 경우 외부의 찬 기운에 노출되어서 산후풍이 잘 생기기도 하지만, 과도한 보온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는 산후병의 요인인 동시에 출산 후 체중 정체의 강력한 예측 인자이다. 임신 중 평균 체중 증가는 12.5kg 정도로, 지나치게 체중이 증가하면 위험 요소가 된다. 연구에 따르면 출산 1년 후에도 체중이 줄지 않은 경우 15년 후에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출산 직후 체중 감량에 실패하면 과체중과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체중 조절은 출산 6개월 이내에
한방병원에서는 산후풍에 한약과 침뜸 치료를 활용한다. 산후에 몸은 기본적으로 어혈(국소적으로 혈액 순환이 정체되거나 성분이 변화된 것)이 발생하거나 허로(만성피로)한 상태가 된다. 어혈을 제거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조리 한약은 빠른 회복을 돕는다. 또한 관절과 근육의 통증과 냉감이 심한 경우에는 이를 해소하고 기혈의 순환을 정상화하는 침뜸 치료를 시행한다. 산모의 연령, 육아 환경, 모유 수유 여부, 오로, 복부 통증, 배변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출산 직후에는 오로를 빨리 배출하고 자궁 회복을 돕는 생화탕 등 한약을 주로 사용하고, 이후에는 임신 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돕고 기력을 증진시키는 보허탕, 궁귀조혈음 등 한약을 사용한다. 출산 후 체중 정체가 있는 경우에는 체액과 수분 대사를 촉진하는 약을 추가로 사용한다.
산후풍은 산후 조리를 제때 해서 예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출산 후 한 달 이내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수지 교수는 “적절한 산후 조리를 통해 산모가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수면과 영양 균형이 맞는 식사, 적절한 온도 유지가 중요하고, 특정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넘는 무리한 동작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후풍 증상이 있는데 ‘저절로 회복되겠지’하고 방치하게 되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도 꽤 많은 만큼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후 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적절한 산후 조리와 함께 체중 관리도 필수적이다. 다만, 출산 후 바로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출산 6개월 이후에도 임신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산후 체중 정체라고 하며, 체중 감량이 매우 어려워진다. 최 교수는 “개인에 따라 체력과 몸 회복 상태를 고려해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며 “출산 후 100일에서 6개월 사이가 최적기로, 6개월 이전에 적극적으로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