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육상선수·교수 거쳐 농부로… “버섯 재배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 이종완 천풍농원 대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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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부산교대 체육과 교수 역임
귀농 후 농업기술원 등 교육 받아

경남 밀양서 상황버섯 4년째 재배
버섯 효능 홍보·맞춤형 운동처방도
“세계인이 먹는다는 자부심”

천풍농원 이종완 대표가 자신이 키우는 상황버섯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버섯은 토막 낸 원통형 참나무에 종균을 넣은 뒤 최소 6개월을 키워야 수확할 수 있다. 천풍농원 제공 천풍농원 이종완 대표가 자신이 키우는 상황버섯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버섯은 토막 낸 원통형 참나무에 종균을 넣은 뒤 최소 6개월을 키워야 수확할 수 있다. 천풍농원 제공

“현대인은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운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남 밀양시에서 무농약으로 상황버섯을 재배 중인 천풍농원 이종완(67) 대표는 건강 비결로 꾸준한 운동을 강조한다. 이 대표의 유별난 ‘운동 사랑’은 전직 때문이다. 그는 약 25년간 부산교대 체육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육상과 운동생리학을 가르쳤다. 이 대표는 교수시절 신체 활동이 건강과 연관이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체감했다.

이 대표는 “현대인 질병 대부분은 동물인 인간이 식물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자동차 발명 이후 인간의 신체 활동이 크게 줄면서 흔한 질병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고등학생 때 단거리 육상선수, 부산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졸업 후 중학교 교사, 대학교수 등 많은 직업을 거쳤지만,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경북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포항, 경주, 문경 등에서 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진 ‘시골에서 사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교수 정년퇴직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건 해보고 죽어야겠다’는 꿈을 위해 60세에 명예퇴직 후 밀양으로 귀농했다”고 말했다.

교단에서 내려온 이 대표는 진주농업기술원과 창녕생태귀농학교 등에서 농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다. 농업기술원 농학 박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도중 상황버섯이 그의 눈에 들었다. 상황버섯은 뛰어난 효능에도 키우기 어렵고 판로가 없다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상황버섯이 면역력 증진과 항암 효과, 성인병 예방, 간 해독 등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원통형 참나무. 천풍농원 제공 원통형 참나무. 천풍농원 제공

그는 “상황버섯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정한 10대 항암 식품 중 하나로 국내외 상황버섯 논문은 거의 모두 읽어봤다”면서 “생로병사 중 인간이 그나마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병’인데,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혈액순환과 면역력이다”고 설명했다.

이론으로 무장한 이 대표에게도 무농약 재배는 쉽지 않았다. 재배 1년 차는 운이 좋게도 양질의 버섯을 수확했지만, 2~3년 차는 곰팡이 때문에 한해 농사를 망쳤다. 당시 버섯 종균 회사는 이 대표에게 지금이라도 농약을 사용하라고 권했지만, 끝끝내 거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의 버섯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우수관리인증(GAP)과 유기농인증을 받기도 했다.

상황버섯은 토막 낸 원통형 참나무에 종균을 넣은 뒤 6~8개월을 키워야 수확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온도가 27~32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습도나 온도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쉽게 곰팡이가 펴 농사를 망친다. 4년 차인 올해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수확할 수 있었다.

그는 “재배하는 버섯은 우리 국민만이 아닌 세계인이 먹는다는 자부심으로 키운다”면서 “경남무역협회에서 최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샘플을 미국으로 보냈고, 올해 봄에는 일본과 베트남 바이어도 만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천풍농원 홈페이지에 ‘농원일기’ 코너를 만들고 거기에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느꼈던 희로애락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에 국내외 논문에서 밝힌 상황버섯의 학술적인 효능을 꾸준히 올리고 많은 사람에게 맞춤형 운동처방 등을 해주고 있다”면서 “질병 예방을 위해 운동을 하면서 상황버섯을 꾸준히 먹고 병이 낫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자신 있게 권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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