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산업은행 이전 외면하는 민주당의 비겁한 부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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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과정서 드러나는 용기·소명 의식 중요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
책임자가 할 일 안 하면 사회는 무너져

민주당 산은 부산 이전 외면 무책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알면 통탄할 일
용기 있는 정치세력만 득표 자격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 ‘원펀맨’은 보기 드문 포맷을 갖춘 작품이다. ‘원 펀치 맨(one punch man)’이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주인공이 주먹 한 방으로 모든 악당을 쓰러뜨리기 때문이다. 주인공 ‘사이타마’에게 고난이나 시련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 만큼 강력한 괴수가 나타나더라도 그의 주먹 한 방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 천하무적인 주인공이 가져다주는 통쾌함은 답답한 일상과 대조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이유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펀맨’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애착 가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무면허 라이더’다. 사실 그는 조연 축에도 못 끼는 인물이다. 전투력은 별 볼 일 없고 가진 기술이라고 해봐야 타고 다니는 자전거로 적을 들이받는 정도다. 그래서 최하위 등급인 C급 히어로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은 건 그의 소명 의식과 용기가 큰 감동을 준 까닭이다.

그의 진가는 심해왕(深海王) 편에서 나온다. 어느 날 바다에서 올라온 심해왕에 의해 도시가 유린당한다. 심해왕의 막강한 힘 앞에 최상위 등급인 S급 히어로 ‘제노스’마저 무너지고 만다. 대피소에 모인 시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찰나, ‘무면허 라이더’가 나타나 적에게 달려든다. 물론 S급 히어로도 못 이긴 상대를 C급 히어로가 물리친다는 건 불가능하다. ‘무면허 라이더’ 자신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심해왕에게 맞선다. 비록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되지만, 그가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사이타마’는 시민들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한다. 심해왕은 결국 주인공에 의해 처치된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소명 의식과 용기가 높이 평가받는 건 그게 사회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예를 들어 어떤 소방관이 참사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그의 행동은 찬사받아 마땅한 일이 된다. 월리스 하틀리 밴드가 100년 넘게 기억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연주를 그치지 않았던 그들의 숭고한 책임감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인정 여부였다. 책임 있는 사람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면 그걸 살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모두가 기억하듯 그는 승객들에게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해 놓고는 정작 본인은 몇몇 승무원들과 함께 탈출해 구명보트에 올랐다. 그 때문에 애꿎은 시민과 단원고 학생 304명이 세월호에서 탈출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승객들을 내버려 두고 도망친 그에게 대법원은 2015년 “자신의 부작위로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했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고의를 인정한 첫 판례였다.

책임 있는 사람이 그 자신에게 주어진,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조직은 무너지고 사회는 골병든다. 하물며 나라를 이끄는 정치는 어떻겠나. 그런데 현실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대한민국호가 극심한 불균형과 지역 소멸로 가라앉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비겁하게도 반발 여론이 두려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 한다.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만 봐도 그렇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엑스포 유치 실패로 낙담한 민심을 다독이겠다며 부산을 찾아놓고 정작 산은 이전 문제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도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더라도 지지율에 손해가 될 것 같거나 큰 반발이 예상되는 일들은 쉬쉬하고 넘어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반려시킨 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지역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며 제시했던 공공 의대와 지역 의사제는 또 어떤가. 처음엔 야심 차게 추진하는가 싶더니 의사협회가 반발하자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와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설령 지지층이 반발할 문제더라도 그랬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나 한미FTA는 당시엔 거센 반대에 직면했지만 결과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이 정말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정당이고자 한다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부터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용기 있는 정치세력만이 부산 시민의 표를 얻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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