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AI 시대, 잊어선 안 될 것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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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익 플랫폼콘텐츠부장

AI 지배하는 현실, 미래 아닌 현재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바뀌는 삶
불변의 가치는 ‘함께 누리는 행복’
시대흐름 따르되 자기 중심 찾아야

지난달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 막을 올렸다. ‘자기 지정(Self-Designation)’이라는 낯선 주제를 녹인 연극 ‘지정’의 무대는 고단한 우리의 삶과 다가올 미래를 한동안 생각하게 했다.

연극은 ‘AGI(인공일반지능) 의사’가 등장하는 미래의 어느 날이 배경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챗GPT류의 AI보다 훨씬 더 강력한 초인공지능 의사가 환자 스스로 ‘지정’하도록 유도한다. 상담이나 약물로 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울 경우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 스마트폰 설정 바꾸듯 인지신경을 조절해 ‘리셋’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황장애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겪지 않도록 삶에 도움을 준다.

연극에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 이해관계에 따라 지정 치료를 스스럼없이 활용하거나 고심 끝에 거부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난다. 자신의 어디까지를 포기하면서 욕망을 이룰 것인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고민한다. 지금은 낯선 ‘AI 상담 의존증’과 같은 새로운 말들도 현실의 일처럼 자연스럽다.

정신질환이나 암까지 유발하는 만병의 근원인 인간의 스트레스를 AI가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초인공지능 상담사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성격 등을 수시로 바꾸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 세상이 바뀌는 속도를 보면, 연극이 이야기하는 그날이 먼 미래의 일이라 관망할 수만은 없게 된다. 이미 우리는 AI에 점점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마트폰이 퍼지기 시작하던 때와 비교하면 놀랍고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실현하는 분야별 생성형 AI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무수히 쏟아진다. 고민 상담과 인생코칭까지 대체 못하는 것이 없다.

챗GPT와 매일 대화하며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이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단 1~2년 사이에 학생들은 발표나 과제, 시험을 준비하면서 AI의 도움을 얻는 데 익숙해 졌다. 교사, 교수들도 처음 등장한 포털사이트 검색엔진을 활용하듯 AI 사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생성형AI 서비스는 학교나 회사에서 진행할 프레젠테이션 초안을 단 몇 초 안에 파워포인트 파일로 만들어 준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어디서 왔는지, 진짜 혹은 가짜인지 가릴 길은 없다. 자동차부터 스마트안경까지 생성형AI가 탑재된 각종 신제품이 출시된다는 보도 역시 전혀 놀랍지 않다.

AI 세계 대전도 치열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우리나라가 최소한 AI 전문가 5만 명을 양성해야 새로운 경제 도약을 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럽연합은 날로 덩치를 키우는 미국의 정보기술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처음으로 AI 기술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그에 앞서 챗GPT로 단번에 ‘게임 체인저’가 된 기업 오픈AI의 이사회가 공동창업자인 샘 올트먼을 해임했다가 안팎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5일 만에 철회한 일은 이미 역사에 남을 사건이 됐다. 자신이 만든 애플을 떠나야 했던 스티브 잡스와는 명확히 다른 전개다. AI 개발에 속도를 내자는 쪽과 인류에 끼칠 위협을 우려하는 쪽은 이처럼 계속 갈등을 빚게 될 것이다.

AI가 주는 편리함이 인류에게 축복일지, 재앙일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메타인지 능력이 없는 AI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자신을 객관화하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메타인지는 사람만이 가지는 고도의 인지 능력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AI가 끊임없이 고도화된 10년, 20년 후에도 그들은 과연 같은 조언을 할까?

지금 우리가 눈과 귀로 목격하는 AI 쓰나미를 보면, 인류는 연극이 그리는 그런 삶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불확실성에 미래를 내맡긴 청년만이 아니라 100세 시대를 누린다는 장년층 이상에게도 절실한 화두다.

확실한 건 하나다.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사람의 행복을 최상의 가치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AI시대로 가는 길에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리는 데 가치를 두지 않고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과감히 싸우고 규제해야 한다.

세대를 가릴 것 없이 끊임없이 AI 익히기에 도전하고 공부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자기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나만의 직관을 가지고 제대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핵심이다. 남의 시선보다 스스로 나의 가치를 찾고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단단히 자리를 잡아가는 그 과정이 곧 행복인 시대가 열렸다. run@busan.com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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