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총리 연대 차단·반대 서명… 친명 '신당 이낙연’ 고립 압박
이재명, 김부겸·정세균 회동 추진
의원 100여 명 서명 동참 행렬
신당 창당 의지 꺾으려는 의도
이낙연 "연말까지 시간 주겠다”
비명계, 통합 비대위 전환 촉구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에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당내 친명계 의원들의 중단 호소문 서명에 이어 원외 인사들도 18일 “명분 없는 창당은 이 전 대표의 헛된 정치적 욕망 때문”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움직임에 “모욕하고 압박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해결해 온 버릇 때문”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나, 당내 비주류 인사들도 신당 자체에는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신당이 동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문제 제기를 강압적인 방식으로 누르려는 친명계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점증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계파 갈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당 상황을 두고 두 전직 총리로부터 조언을 구한다는 취지에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회동을 추진 중이다. 김 전 총리는 오는 20일, 정 전 총리는 28일 만나는 일정을 각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표와 함께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낸 당 원로로, 세 사람 모두 강성 친명이 독주하는 현재의 당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 때 세 전직 총리의 연대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번 회동 추진은 이 전 대표를 고립시켜 신당 추진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의 경우, 이날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서 이 대표와 짧은 환담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오늘 깊은 이야기는 못했지만, 이 대표가 당을 위해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을 저지하려는 당 안팎의 움직임은 이날에도 이어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를 열어 이 전 대표의 신당 추진에 대해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자신의 역사와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인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이 당 소속 의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진행 중인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에는 전날까지 민주당 의원 100여 명이 서명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며칠 더 서명을 모은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대표에게 창당을 포기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중립 성향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싸우고 승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신당 얘기를 하니 너무 황당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내 현역은 물론 당 외곽에서도 이낙연 신당 참여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면서 과연 신당이 가능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친명계의 이런 비판에 대해 “그쪽 동네의 오래된 정치 습관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탈당과 신당 창당 시기와 관련해선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친명계의 이낙연 고립 전략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비명계 4인방 모임인 ‘원칙과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짓누르기에 여념 없는 모습은 착잡하다”며 “신당에 반대하기 전 왜 ‘모태 민주당원’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이 전 총리가 신당까지 결심하게 됐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예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낙연 신당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연서명 압박이 아니고 통합비대위로의 전환”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이철희 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신당 추진 호소문 서명을 두고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그만해라’ 하는 것은 거칠다”며 “나가라는 것밖에 더 되나”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