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서도 한동훈 불가론 고개… 국힘 비대위 ‘산통’ 거듭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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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당협위원장 회의도 무위로
친윤 “국민 원한다” 추대론 강조
비주류는 속도 조절 필요성 주문
“만장일치로도 맡기 어려울 판에”
주류 일각 부정 여론 내비치기도

국민의힘은 18일 소속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서울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8일 소속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서울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8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세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지만, 비윤(비윤석열) 진영은 물론 주류 일각에서도 ‘불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여당의 비대위 출범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 사퇴에 따른 비대위원장 인선 방안을 3시간 가까이 논의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회의를 마친 후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후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절차적인 문제’라고 표현했지만 회의에서 찬반 양론이 쏟아지면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석회의에서 친윤 인사들은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한 장관의 강점은 여의도 정치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과 대중적 인지도, 대야 투쟁력,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정관계 개선 능력 등이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하고 지지율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설명한다”면서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나는데 지지율 낮은 사람을 어거지로 임명하는 게 더 이상할 수 있다”고 한 장관 추대론을 강조했다.

반면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동훈 불가론’으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친윤의 여론몰이에 대한 불만까지 제기했다. 이들이 꼽는 한 장관의 약점은 정치 경험 부족, 검사 출신 이미지, 윤 대통령 측근이기에 예상되는 ‘직언의 어려움’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한 장관이 지금 비대위원장을 맡아 ‘흠집’이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금은 여당 내에서 야당 역할을 할 비대위원장이 필요한데, 한 장관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좋은 자원이 너무 일찍 등판해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 상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여러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등판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임명에 대해 “8 대 2 정도의 원사이드다”(친윤), “분위기상 반반이다”(비윤)라며 각자 입장에 따라 상반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영남권 의원들이 한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많이 냈고,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는 찬성론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텃밭인 영남권보다 총선 전망이 어두운 지역에서 그만큼 한 장관의 파괴력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혼돈의 상황에서 여권 주류 인사들 가운데서도 한 장관 추대를 밀어붙이는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없고 향후 여당에 입당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 한 장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이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한 장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만장일치로 추대해도 선뜻 맡기가 힘든 것이 비대위원장 자리인데 굳이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한 윤 대통령이 생각이 무엇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한 번도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서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당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야당이나 비윤계가 제기하는 ‘윤 대통령 아바타’ 프레임을 일축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 장관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쪽의 의견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의 또다른 관계자는 “여권의 1등 대권주자인데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유력 주자를 얼굴로 내세우려고 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한 장관이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해 여러 분석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강남의 한 아트센터에서 예정된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 한 장관 대신 이노공 차관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정 변경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 장관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대외 행보와 메시지 공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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