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출마 선언에 담은 정치 전략
‘친문’ 박인영, 노 대통령 당선일에 선언
김인규, 국회에서 회견 의회주의자 자처
출마 선언은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남들과는 다른 이색 출마 선언들이 줄을 잇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부산 금정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은 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사표를 던진다. 앞서 이미 다른 예비후보들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출사표를 내밀었지만 박 전 의장은 날짜부터 출마 선언 방식까지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박 전 의장이 출마를 선언하는 이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날이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그는 선언문을 읽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영상을 통한 출마 선언에 나선다. 동시에 유튜브에도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출마 때와 닮은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영상 출마 선언은 정치권에서 원조로 꼽힌다. 당시 민주당 대표로 대선 후보로 나선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출마 선언을 영상으로 제작, 대규모 선언 행사 대신 4분 분량의 대선 출마 영상을 경선 캠프 기자실에서 상영했다.
박 전 의장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배경에 대해 “정치를 바꿀 힘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다”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노 전 대통령 당선은 노사모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능했고 대선에 패배했던 문 전 대통령을 다시 대통령으로 만든 것 또한 국민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출마 선언을 해 눈길을 끈 후보도 있다. 부산 서동 예비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김인규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행정관은 지난 11일 부산시의회가 아닌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영원한 ‘의회주의자’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같은 선택을 한 데 대해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최근 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가 실종한 상태”라면서 “할아버지는 극단적인 대립과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확고한 의회주의자였다. 그의 뜻을 뒤따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서동에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 보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김 전 행정관은 “국회에서 무급 인턴부터 단계별로 정치를 경험해 왔다”며 “처음 정치를 시작한 곳이 국회인 만큼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