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좋아했던 스시가 나를 울린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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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빛 날개를 타고 갔다 / 임정태·이기숙 지음

죽음 전문가가 맞은 남편과의 이별
기억하는 방법이자 스스로의 위안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 그는 금빛날개를 타고 갔다.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글을 통해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기숙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도 그런 분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부산일보> 칼럼을 통해서였다. 전 신라대 교수이자 국제죽음교육전문가라는 직함으로 쓴 ‘죽음에서 배운다’라는 칼럼이 어느날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5년 7월 10일부터 2016년 12월 19일까지 매주 한 번 총 69회를 연재했다.

사실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하는 나머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다소 무시무시한(?) 제목을 가진 이 칼럼의 취지는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는 것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매번 주제 하나하나가 뭉클하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부모를 잃은 슬픔’, ‘노부모 돌봄’, ‘부모를 보내 드릴 준비’, ‘말기 돌봄’, ‘엔딩노트’, ‘화해하는 방법’, ‘임종’, ‘호상’, ‘연명치료 거절’, ‘내 차례가 되었네’, ’죽어서도 당신 옆에 있겠어요’ 등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당시에도 지금처럼 이 주제를 예민하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죽음을 연구하고 교육하던 저자가 남편과 사별 후 써 내려간 글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좀 당황스러웠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죽음은 공평하다. 죽음은 죽음을 연구하는 이에게도 당연히 찾아온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죽음 전문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는 금빛 날개를 타고 갔다>를 꺼내들었다. 임정태·이기숙의 공저다. 책은 임정태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연보로 끝이 난다. “그는 다복한 사람이었는데 2022년 12월 8일 갑자기 사망하여 우리를 놀래키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00일째 되는 날부터 글을 적기 시작했고, 이 책은 다음에 저자와 같이 화장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죽음과 무관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는 독자도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 몰랐던 분이지만 고인이 된 임정태의 삶은 아주 성공적으로 보인다. 아내에게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정도의 남편이었고, 사윗감의 표본이었고, 사돈도 좋은 친구를 잃어서 울었다고 했다니 말이다. “중국집에 가면 그가 좋아한 ‘양장피’가/일식집에서는 그가 좋아한 ‘스시’가 나를 울린다”는 대목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점점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다정함이 나를 물들인 것이었다. 그 다정함이 다시 가족들에게 증여품처럼 옮겨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가족 간의 내밀한 이야기도 포함된 내용을 책으로 써낸 이유가 있었다. “내가 쓰지 않으면 그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와의 삶을 온전히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위안을 받고 싶었다.”

죽은 남편에게 드리는 아내의 선물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표지의 그림은 손녀가 그렸다. 이 책은 “여전히 그는 그림자로 나와 같이 살지만 나는 (그이 몫까지) 더 재미나게 살아야 할 것 같다”로 끝난다.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자주 생각할수록 잘살게 된다고 한다. 또 한 해가 간다. ‘생로병사’라는 단어가 자주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저 세상에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날부터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나도 그 세계에 속하게 되겠지. 임정태·이기숙 지음/산지니/206쪽/2만 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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