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미술관으로”
지난 10월 취임한 서진석 관장
“부산, 개방성·지역성 모두 지녀”
공간 개선 및 콘텐츠 강화 고민
1990년대 지어져 ‘물새는 미술관’이라는 오명을 받던 부산시립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기획전을 끝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부산 대표 미술관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시기에 사령탑을 맡은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그동안 현장과 관리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리모델링과정에 모두 쏟아부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취임한 서 관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하 일문일답.
-1년 넘게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를 앞둔 시기에 부산시립미술관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이 어떤가.
“변화를 앞둔 중대한 시기에 부산시립미술관을 오게 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펴보며 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나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히 전시 시설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개선, 지역 작가 성장 방안 등을 고민하는 소프트웨어적 변화도 포함한다. 막중한 임무에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미래형 미술관에 걸맞는 건축 방식도 제안하고, 해외 미술관과 협업해 계약·소장품 관리 방법을 공유하는 등 예술 행정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작업도 해보려 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장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과거에는 주류 문화가 부산을 통해 전파되고 확장됐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난수도 부산에 다양한 문화주체가 모여 르네상스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부산은 개방성과 지역성이 공존하는 도시가 됐다. 개방성, 지역성을 갖췄다는 건 포용적이면서도 특색이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점들은 예술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구 중심이었던 기존 문화 시스템이 최근 변하는 등 전세계적으로도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는 모습인데, 부산이 예술문화 발전 과정에서 ‘매개 플랫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안공간 루프 대표,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이 경험이 부산시립미술관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백남준아트센터, 대안공간 루프 등에서 활동하는 동안 일선 현장과 행정일을 두루 경험했다. 대안공간 루프에 있을 당시에는 현장에서 젊은 작가와 소통하며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포함해 기존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미래지향적 예술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시절에는 실제로 미술관 건축에 관여해 전시 공간 구상 작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이렇듯 세 기관에서 경험한 것들이 부산시립미술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미술관 본관이 공사하는 동안 시민, 지역 작가들의 문화 접근성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대안이 있는지?
“공사와는 별개로 시민들의 소통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은 기존 못지 않게끔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먼저 별관인 이우환 공간은 계속 운영한다. 시민들이 이우환 공간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기획전을 꾸준히 열 계획이다. 이우환 공간에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외 미술관과 협업도 이어간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세계 연구도 공사와 별개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작가들의 활동 지원도 이어간다. 공사가 진행 중인 동안 다른 지역, 다른 공간을 활용해 지역 작가들의 전시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전시공간에도 로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역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리뷰, 비평가와 매칭 워크샵을 포함해 해외 진출 지원 등 2년에 걸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메타미술관’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전시도 준비 중이다. 메타미술관은 단지 웹사이트에 미술 작품을 올리는 개념이 아니라 미술관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람 방식이 달라지면서 관람객과 미술관이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는 계약· 운영 방식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부산시립미술관 공사에 기대를 거는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발전에는 보이는 측면과 보이지 않는 측면, 장기적 발전과 단기적 발전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과 단기 성과를 선호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을 세계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으로 만드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시민분들이 보이지 않는 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