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우선권 따낸 하림 “인수 자금 예비입찰 전 확보”
영구채 3년간 전환 유예 등
무리한 역제안 사실상 철회
기업결합 심사 등 과제 남아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본입찰에서 경쟁사(동원)보다 높은 금액을 쓴 하림그룹이 ‘무리한 역제안’을 했다는 비판 속에 자칫 HMM 매각이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부산일보 12월 18일자 1면 등 보도)에 따라 하림 측이 전격적으로 제안을 철회하면서 우선권이 하림에 돌아갔다.
하림은 본입찰에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 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달라는 등의 역제안을 했는데, 이런 의견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인수전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하림이 HMM를 품기 위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림 김홍국 회장은 19일 영구채 전환 이슈에 대해 “아직 협상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협상해서 받아들여 주면 되는 것이나 (매각 측이) 안 받아들여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자신들의 제안을 거둬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하면 인수기업 지분율이 57.9%로 유지돼, 이 기간 최대 2850억 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하림이 매각 자금 조달 계획을 일부 수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계약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 9879만 156주)다. 인수가는 6조 4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 60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김 회장은 “인수 자금은 예비입찰 전에 이미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면 하림과 매각 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다만 본계약을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 등 과제도 남아 있다. 하림 인수 주체인 팬오션과 HMM이 합병되면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하는 터라 경쟁당국이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모두 301척의 선박을 운영 중이다. HMM 선박 105척, 양사가 수년 내로 인도받을 선박까지 더하면 400척을 훌쩍 넘는 선대를 거느리게 된다. 물론 팬오션은 벌크선 중심,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인 만큼 둘의 결합에 독점 우려가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하림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