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민참여재판 연평균 9.5건… 실시율 저조한 속내는
피고인 철회·법원 배제 주원인
대구는 30%대 높은 진행 눈길
“준비 길고 힘들어 꺼린다” 지적
재판부 적극 주도 목소리 높아
사법 제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에선 15년 동안 연평균 10건도 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일반 재판보다 준비 과정이 까다롭고 힘들어 다소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9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부산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143건으로 연평균 9.5건 수준이다. 접수된 재판 666건 중의 22% 정도만 실제 재판이 열렸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은 부산지법 형사합의부인 5부와 6부가 전담한다.
최근 5년 실시 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5건, 2019년 6건, 2020년 6건, 2021년 1건, 지난해 6건이다. 이는 대구지법 2018년 18건, 2019년 16건, 2020년 17건, 2021년 17건, 지난해 15건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같은 기간 대구지법 신청 건수 중 실제 재판이 진행된 실시율은 31.4%로 부산(8.2%)보다 훨씬 높았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대구지법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형사합의부 2곳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 중으로 특별한 제도적인 차별성은 없다”면서 “다만 전국에서 가장 실시율이 높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이 저조한 이유는 전체 신청 재판 중 절반 이상인 59.4%(387건)가 피고인 스스로 철회한 탓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국선 변호를 맡은 부산의 한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우편으로 송달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라는 안내도 함께하는데 보통 피고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배심원이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발적으로 신청한다”면서 “변호사 선임 이후 변호인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불리한 경우가 많아 철회를 많이 권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경우도 총 121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 중 18.6%에 달했다. 현행법상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배심원이나 친족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대한 침해나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 △공범 관계의 피고인 중 일부가 원하지 않는 경우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그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배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일반 재판보다 준비 과정이 길고, 하루 이틀 만에 재판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꺼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 한 변호사는 “배심원을 위한 시청각 자료 등 재판 하나에 꼬박 일주일 이상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준비 기간이 오래 걸려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민참여재판 취지를 살려 재판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재판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민영성 교수는 “전국 법원에서 배심원 능력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국민참여재판 배제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사람은 서면으로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이런 부분은 개정돼 피고인이 조금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법원에서 가장 바쁜 형사합의부 5, 6부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병행하고 있는데 시간과 비용 등 많은 제약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 “제한된 여건 속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부진한 부분은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 1월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신청하면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을 선임해 재판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다만,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나 법원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