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 시내버스 60년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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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가 없고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 역할을 도맡았다. 1970~80년대 직장인들은 ‘콩나물시루 버스’ ‘찜통 버스’에 몸을 의지해 출퇴근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현수(권상우)가 시내버스 좌석에 앉은 은주(한가인)에게 첫눈에 반하는 모습을 보며 그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누군가는 아련한 기억 속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안 계시면 오라이~”를 외치던 안내양이나 교묘하게 회수권을 잘라서 내던 까까머리 학생은 이제 추억 속 풍경이 됐다.

버스라는 말은 ‘모든 이를 위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옴니부스(Omnibus)’에서 왔다. 1826년 프랑스 낭트 근교 대중목욕탕 사업자가 도심에서 목욕탕까지 다인승 마차를 운행한 것이 시초다. 당시 마차는 정해진 노선을 달렸는데 목욕탕 이용과 상관없이 승하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교통 수단이 됐다. 이 사업이 인기를 끌자 파리, 런던, 뉴욕 등지로 확산했고 19세기 대도시 형성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1895년 독일 지거란트에서 최초로 내연기관 버스가 운행되면서 현대적 틀을 갖추게 된다.

국내에서는 1911년 마산~삼천포 간을 자동차로 운행한 것이 최초의 버스다. 시내버스는 1920년 7월 대구호텔을 운영하던 일본인이 일본서 버스 4대를 들여와 운행한 것이 처음이다. 부산에서는 1950년대 초중반 5~6개 회사에서 150대가량을 운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간선노선이었던 서면~대신동을 중심으로 점차 노선이 확대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부터 대중교통 역할을 했던 노면전차가 1960년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시내버스 대중교통 시대가 열렸다.

부산버스조합이 18일 ‘60주년 기념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1963년 직할시 독립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한 것이다. 부산 시내버스는 그동안 준공영제, 환승할인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운행 적자와 수송분담률 정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요금’ 꼬리표까지 붙었다. 동백패스 도입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조합은 이날 선포식을 통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60% 달성을 주도하겠다는 다짐으로 답했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 시대 시내버스는 이제 대중교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산 시내버스가 더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변모해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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