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도시’였던 부산, 고위험 음주율 ‘뚝’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12.6%
2018년엔 강원 이어 전국 2위
걷기 등 신체활동 지표도 개선
흡연율·우울감 경험률은 악화
2018년만 해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폭음도시였던 부산의 고위험 음주율이 전국 평균을 하회할 정도로 떨어졌다. 올해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역 사회 전반으로 절주 분위기가 확산된 점과 지역 경기 침체가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질병관리청과 부산시에 따르면 2023년 부산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부산의 고위험 음주율이 지난해 13.5%에서 올해 12.6%로 지난해와 비교해 0.9%포인트(P) 감소했다. 올해 전국 시도 중앙값이 13.2%인 것과 비교해 0.6%P 낮은 수치다.
연간음주자 고위험 음주율 역시 지난해 17.8%였는데, 올해 16.3%로 1.5%P 감소했다. 고위험 음주율은 최근 1년간 주 2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 7잔 이상(맥주 7캔 수준), 여자 5잔 이상(맥주 3캔 수준) 음주자의 분율을 뜻한다. 연간음주자 고위험 음주율은 최근 1년 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고위험 음주를 한 음주자의 분율이다.
부산은 2018년 고위험 음주율이 17.2%로 강원의 17.9%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폭음도시였다. 이는 2018년 시도 중앙값 15.0%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1.4%, 2021년 10.9%보다는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해(13.5%)보다는 고위험 음주율이 개선됐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부산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부산 최초로 올해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며 “지역 사회 전체에 무분별한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줬고 고위험 음주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체활동 지표도 개선됐다. 걷기실천율과 건강생활실천율 지표가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부산의 걷기실천율은 2021년 46.1%에서 지난해 52.9%, 올해 53.2%로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전국 시도 중앙값인 47.9%를 상회했다. 건강생활실천율 역시 지난해 38.6%에서 올해 39.3%로 증가해 신체활동 지표는 매년 개선되고 있다.
반면, 흡연율은 소폭 증가했다. 전국 중앙값(20.3%)보다는 낮지만 현재흡연율은 지난해 18.3%에서 올해 18.8%로 0.5%P 소폭 상승했다. 남자 흡연율 역시 전국 중앙값(36.1%)을 하회했지만 지난해 33.0%, 올해 33.8%로 0.8%P 올랐다.
만성질환 관리 지표로 꼽히는 각종 건강 수치 인지율은 큰 폭으로 올랐다. 혈압수치 인지율, 혈당수치 인지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각 4.7%P, 4.8%P 오른 62.6%, 30.4%로 전국 시도 중앙값(각 62.8%, 30.6%)에 조금 못 미치지만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삶의 질이나 정신건강 항목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삶의 질과 관련된 주관적 건강인지율은 지난해 49.5%에서 47.0%로 2.5%P 감소했다. 전국 중앙값 47.6%에 약간 못미쳤다. 또 스트레스 인지율(23.9%), 우울감 경험률(7.7%), 우울증상 유병률(4.2%)이 지난해 대비 소폭 지표가 나빠졌다.
특히 우울감 경험률과 우울증상유병률은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14위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행복감 지수(부산일보 지난 13일 자 1·6면 보도)는 격년 조사로, 이번 지역사회건강조사 지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삶의 질과 정신건강 지표의 악화는 지역 경제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종합적인 정책적 접근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산시 이소라 시민건강국장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보건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특히 내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인 부산의 특성을 반영해 노인 인구 건강증진을 위한 노쇠 예방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