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평 관리비 월 30만 원… 행복주택, 허리가 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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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등 주거 안정용 주택
총 세대 수 적어 매달 관리비 폭탄
공공시설 복합개발 형태 감안해
지자체 분담 등 보완책 마련 시급

행복주택의 관리비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대형 평수와 맞먹을 정도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싼 관리비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 남구 용호동의 행복주택 ‘더 파크 이기대’. 정종회 기자 jjh@ 행복주택의 관리비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대형 평수와 맞먹을 정도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싼 관리비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 남구 용호동의 행복주택 ‘더 파크 이기대’. 정종회 기자 jjh@

전용면적 44㎡(13평) 규모의 행복주택에서 기본 관리비만 20만 원 가까이 나와 논란이 인다. 경비나 청소 등 건물 관리에 필요한 고정 비용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분담할 세대 수가 너무 적은 탓에 ‘관리비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행복주택 건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자체가 관리비 일부를 분담하는 형태로 정책 방향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부산 남구 더 파크 이기대(용호 행복주택) 입주민들은 입주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18만 840원의 기본 관리비를 납부했다. 전기료와 수도료 등을 합하면 30만 원을 넘게 낸 세대도 있었다. 대학생이나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어진 행복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터무니 없는 액수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평균 기본 관리비는 ㎡당 1168원이다. 더 파크 이기대의 ㎡당 기본 관리비는 4110원으로 전국 평균의 3.5배에 달한다. 전용면적 44㎡의 행복주택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대형 평수와 맞먹는 관리비를 내야할 판이다.

이는 해당 행복주택의 세대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더 파크 이기대 건물은 남구청과 부산도시공사가 함께 개발했다. 13층짜리 건물을 짓고 1~5층을 남구청이 인생후반전지원센터 등 공공시설로 운영한다.

나머지 공간을 행복주택 68가구와 부산환경공단 직원 사택 20가구 등이 나눠쓴다. 건물마저 2개 동이어서 경비, 청소 등 일정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행복주택 가구 숫자가 너무 적다 보니 비용을 나눌 ‘규모의 경제’가 구축되지 않는 것이다.

더 파크 이기대의 경우 당초 소장 1명, 경리 1명, 경비 2명, 미화 2명 등 6명의 관리 인력을 꾸렸다. 이로 인해 18만 원이 넘는 기본 관리비가 책정되자 입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부산도시공사는 위탁업체와 협의해 부랴부랴 인력을 3명으로 줄였다. 12월부터는 기본 관리비가 14만 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관리 인력이 줄어든 만큼 주거 관리 서비스의 질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부산도시공사가 남구청과 업무 협의를 성사시켜 인생후반전지원센터와 관리비를 분담했기에 상황이 나은 편이다. 관리비 분담 협의가 없었다면 기본 관리비는 23만 5800원 수준으로 치솟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자체와 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소형 행복주택에서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산도시공사와 금정구청은 금정구 금사동 금사도시재생어울림센터 안에 ‘금사 행복주택’을 조성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행복주택뿐 아니라 공공업무시설과 공영 주차장 등이 건물 2개 동에 함께 만들어진다.

공사가 진행 중인 금사 행복주택의 경우 용호보다 적은 42가구가 입주한다. 부산도시공사는 현재 금정구청과 관리비 분담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44㎡ 기준 기본 관리비는 월 42만 8560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거비를 절약하기 위해 행복주택에 들어온 이들이 매달 수십만 원의 목돈을 관리비로 내야 할 수도 있다.

2020년 입주한 동래 행복주택 역시 44㎡ 기준 13만 3760원의 기본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다. 건물 3개 동에 395가구가 입주했는데, 관리 인력은 모두 10명이다. 지자체와 복합개발한 형태는 아니지만, 역시 세대 수가 적어 기본 관리비가 높은 편이다.

부산의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건물의 일부를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복합개발 형태의 행복주택이 앞으로는 더 많아질 텐데, 관리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입주민들이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개발 초기 단계서부터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관리비를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자리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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