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걸리면 60만 원”… 독감에 덜덜, 비싼 치료비에 덜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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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새 환자 1.6배 늘며 대유행
병원마다 검사·치료비 제각각
의사 판단으로 독감·코로나 검사
주사·수액 맞으면 15만 원 ‘훌쩍’
건강보험 비급여라 비용 부담 커
가족에 쉽게 옮아 치료비 눈덩이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이 모(44) 씨는 아이가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여 인근 소아과를 방문했다. 증상을 말하자 코로나19 검사와 독감 검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양성 판정을 받고 수액까지 맞으니 병원비만 17만여 원. 비급여 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독감 검사비 2만 원과 코로나 검사비 5만 원, 타미플루 주사액 5만 원, 영양제 등 수액 5만 원까지 포함된 비용이다.

이 씨는 “보통 한 아이가 걸리면 형제, 자매가 같이 독감에 걸리고 부모까지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많은 돈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면서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라는 건가, 아니면 무조건 실비보험을 들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면서 환자가 늘고 있지만 병원마다 검사비와 치료비는 제각각이고 비용 부담마저 커 환자들의 원성이 높다. 일부 환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 애를 먹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96곳을 대상으로 하는 의원급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표본감시 결과, 12월 2주차(3~9일)에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61.3명으로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4주간 환자가 1.6배 늘었다.

부산의 경우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환자 통계를 따로 공개하진 않는다. 부산시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증가 추세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사람으로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라는 뜻이다.

독감 유행으로 최근 병원마다 북새통이다. 문제는 병원마다 검사 방식이 다르다는 데 있다. 독감약 처방을 위해선 독감 진단검사를 해야 하는데 일부 병원은 의사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독감 양성 판정을 받으면 독감 치료제는 먹는 약인 타미플루와 주사제인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 성분)가 사용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타미플루를 선호한다.

부산 영도구의 한 소아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영도구의 한 소아과 모습. 부산일보DB

하지만 일부 환자는 빠른 치료를 위해 페라미플루를 선호한다. 페라미플루는 비급여 항목으로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도 부산 일부 병원에서는 페라미플루 주사제가 소진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성 모(41·부산 수영구) 씨는 “아이가 5일, 10회를 꼬박 독한 약을 챙겨 먹기도 쉽지 않고, 주사액은 수액과 같이 맞으면 하루 이틀이면 낫는다고 하니 아이도 덜 고생시키고, 주변 사람한테 옮기는 위험도 줄어들 것 같아 주사제를 택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울상이다. 코로나19 검사와 독감 검사 비용은 각각 평균 3만~5만 원으로, 검사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두 검사비만 합쳐도 6만~1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비급여 항목인 독감 주사제와 수액 주사(7만~10만 원)까지 맞으면 독감 치료 비용만 1인당 평균 15만 원이 넘게 든다. 4인 가족이 모두 독감에 걸리면 60만 원 넘게 지불할 수도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가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병원에선 건강보험이 안 되는 주사제와 영양제 치료를 함께 부추기는 일도 있다. 연제구에 거주하는 심 모(46) 씨는 이달 초 딸이 독감 증상을 보이자 집 근처 소아과를 방문했다. 독감 검사와 코로나19 검사비가 각각 4만 원, 영양제와 수액 20만 원 등 총 28만 원이 청구됐다. 심 씨는 “환자는 의료 정보를 제대로 몰라서 의사가 권유하는 대로 치료받을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있어 부모들끼리 병원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이라 병의원에서 여러 검사가 진행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소득층이나 고연령층이 특히 독감에 취약한데 한시적으로나마 이들이 독감 키트를 구입해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검사 비용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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