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보릿고개에” 2400억 들여 땅 산다는 거제시…왜?
시유지 전체 면적 3.76% 불과
건설 가능 가용토지는 0.27%
중장기 공공용지 확보계획 수립
58개 사업 221만 8975㎡ 매입
내년 350억 3년간 591억 집행
경남 거제시가 새해부터 2400억 원을 들여 시유지 확보에 나선다. 공공용지가 부족해 행정기능이 분산되고 사회기반시설 확충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 정부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에 자칫 재정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과 8월 실시한 면‧동 수요조사에 사업 연계성·확장성·연속성을 종합해 ‘중장기 공공용지 확보계획’을 수립했다. 관광‧문화, 주차장, 공원, 공공청사, 복지 등 58개 사업 221만 8975㎡ 규모로 현 시세 기준 매입 추정가는 2400억 원 상당이다.
우선 2026년까지 3년간 340억 원을 투입해 6만 4645㎡를 확보한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덕포해수욕장·고현동 공영주차장과 중앙도서관, 장목면사무소 신축, 옥포 V.I.P. 전망대, 사곡해변공원 조성 등 12개 현안 사업 용지다. 나머지는 그해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맞춰 매입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가용예산이 800~1000억 원 정도 발생한다. 재정안정화기금도 1200억 원 이상 적립돼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거제시가 적잖은 재정 부담에도 결단을 내린 이유는 지가 상승으로 갈수록 공공용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거제
는 양대 조선소 성장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도시 규모에 비해 도로. 교통, 문화, 체육 등 사회기반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목적과 기능이 유사한 공공시설은 근접해야 하는데, 공공용지가 턱없이 부족해 이용자나 접근성에 대한 고민 없이 자투리땅에 욱여넣는 통에 기능이 분산되고 사회경제적 효율도 떨어졌다는 게 거제시 판단이다.
현재 시가 보유한 공공용지는 시 전체 면적(1만 541k㎡)의 3.76%(15.1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건축 가능한 가용토지는 0.27%(0.04㎢)뿐이다. 게다가 대부분 둔덕·남부·거제면 등에 산재해 있어 도심에 필요한 기반 시설 용지로는 부적합하다.
이로 인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회관이 엉뚱한 체육시설 용지에 들어섰다.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가 이용하는 자활센터는 정작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두동마을에 있다. 보건소와 동떨어진 치매안심센터도 마찬가지다.
시가 예산 부족을 핑계로 미적거리는 사이 예산 부담은 되레 늘었다. 갑절로 오른 토지 보상비 영향이 크다. 민원 수요가 급증한 상문동주민센터와 수양동주민센터는 최근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 97억 원을 들여 주변 땅을 매입 중이다. 그러나 최초 계획이 확정된 2008년과 2013년 당시 해당 토지를 취득했다면 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박종우 시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목이나 건축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시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지 못했다”면서 “공공용지는 지역 발전의 핵심 요소다. 지금이라도 확보해 놔야 향후 시민에게 돌아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내년부터 최악의 보릿고개가 우려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크게 줄인 데다, 경기 악화로 지방세 수입도 넉넉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지자체마다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며 “당장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