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 학생에 18년간 16억 원 기부한 천사
(재)동헌장학회 강진용 이사장
"학생들 감사 편지, 원동력 돼"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자는 ‘공수래공수거’의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부산·경남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 (재)동헌장학회 강진용(71) 이사장은 사회 환원 정신을 강조한다. 그는 2005년부터 장학회를 세워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 금액만 총 16억 원에 이른다.
강 이사장의 ‘지칠 줄 모르는 기부’가 가능한 이유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때문이다. 강 이사장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식 농사에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특히 학생들로부터 오는 감사 편지는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멘트 대리점에서 레미콘사 10개·아스콘사 4개를 운영하는 대표에 이르기까지 ‘성공의 길’을 걸었다. 이공계 출신이 아닌, 상고를 나와 법학과를 졸업한 그가 사업을 하며 느낀 것은 ‘교육의 중요성’이었다.
강 이사장은 2005년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기본이라며 사재 50억 원을 들여 ‘동헌과학기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부산과학고와 경남과학고 위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했다.
장학재단을 운영하던 강 이사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차상위계층 학생들이었다. 비교적 장학제도가 잘 돼 있고 국비장학생도 많은 과학기술분야 장학금에 비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엔 한계가 있었다. 강 이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재단의 이름을 (재)동헌장학회로 바꾸고 저소득층 학생 생활비지원 등을 시작했다.
최근엔 문화예술 분야로 그 지평을 넓혔다. 그는 “K컬처가 과학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등 문화예술의 힘이 커졌는데, 예술 분야는 장학제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부산예술고에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 기간 장학재단의 활동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왔다. 과거엔 장학재단이 직접 장학생을 선발했는데, 신분이 노출되면 이곳저곳에서 장학생으로 선발해 달라는 청탁이 들어와 공정성에 금이 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는 구·군에서 차상위 계층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주로 장학생을 선발하면 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큰 사업체를 꾸려온 경험으로 무장한 강 이사장은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장학재단의 자금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 말한다. 그는 “자금을 안전한 곳에 투자하면서도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를 통해 장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학재단 이사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