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오라클 파크 홈구장, 나와 잘 맞아…타격폼 수정 없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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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대형 계약 맺고 귀국
"책임감 느끼며 잘하겠다"
1억 달러 제안받고 다리 풀려
"여러 감정 교차했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입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입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웅'에서 '거인'이 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홈구장이 잘 맞을 것 같다며 타격폼 수정 없이 부딪혀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제안 받았을 때 다리가 풀릴 만큼 기뻤고, 거액을 받게 된 만큼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밝은 표정으로 귀국한 뒤 계약 과정과 목표, 향후 계획에 관해 밝혔다.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MLB 진출의 꿈은 언제부터 꿨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때 꿨고, 조금 접어뒀다가 (도쿄) 올림픽에 갔을 때 다시 꾸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1차 목표를 이룬 것 같다. 미국에 가서 잘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제시 받았을 때 이정후는 "(다리가) 조금 풀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벅찬 느낌을 표현했다.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 대해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MLB 구장 같더라.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꼽히는데, 거대하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우측 담장까지 거리는 짧게 느껴졌지만, 담장이 높더라. 우중간까지 공간은 넓었다. 내 장점을 잘 살리면 내게 잘 맞는 구장이 될 것 같다. 난 홈런 타자가 아니고 좌우로 공을 칠 수 있는 선수라서 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빅리그 진출을 앞두고 올해 초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새로운 타격 자세로 KBO리그 정규리그에 임했다가 3~4월 타율 0.218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다시 원래 타격 자세로 돌아간 뒤 몰아치기에 시동을 걸어 타율 0.318로 시즌을 마쳤다.

이어 이정후는 "(오라클파크 오른쪽 담장 밖으로 떨어지는)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난 왼손타자니까 (1호 기록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타격폼을 수정할 계획은 없고, 일단 부딪쳐 보겠다"면서 "중견수 수비는 우중간은 조금 더 깊고 펜스가 벽돌로 돼 있어서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잘 안 된다. 그런 부분을 잘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우측 펜스 뒤 매코비만(灣)에 떨어지는 홈런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부르고 공식으로 집계한다. 홈런이 물에 첨벙첨벙하고 빠진다는 뜻으로 이 홈런공을 건지려고 매코비만에 보트를 띄워 노를 젓는 사람이 늘 대기한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계약할 때 특별한 계기와 지구 라이벌이 될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단장님이 직접 한국에 와주셨다. 협상할 때도 나를 원하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 깊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면서 "오타니는 세계적으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다. 나는 시작하는 단계다. 비교가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정후는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의 대결도 상대 선수로 만나게 돼 설레고 기대된다고 했다.

또 이정후는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 덕에 이렇게 클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고 후배들에게는 "이런 계약을 하게 돼 친구들과 후배들도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보다 더 재능 있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 "지난 7년 동안 감사했다. 미국에서 시간 날 때마다 마지막 (KBO리그) 홈 경기,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팬들이 응원해주셨던 영상을 계속 봤다. 응원과 함성 잊지 않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20일(한국시간) MLB 사무국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2024년 정규리그 개막이 100일 남았다고 알리면서 흰색의 샌프란시스코 홈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를 포함한 선수 6명의 합성 이미지 또는 사진을 편집해 올렸다. 이정후(한국)를 비롯해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일본), 크리스천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이상 미국),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이상 도미니카공화국) 등 각 나라의 대표 선수가 내년 시즌 개막을 알리는 전령으로 소개됐다. 이정후가 MLB 전체가 주목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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