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흡연구역, 위험한 등굣길...주민이 바꿨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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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과제 중 하나인 '노담지대 프로젝트'.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과제 중 하나인 '노담지대 프로젝트'.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청소년들의 상습 흡연 구역이었는데 ‘노담지대 프로젝트’ 덕분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부산 북구 도시철도 2호선 구남역 인근 프랜차이즈 빵집 옆 주차장은 흡연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아왔다. 주변에 식당과 PC방, 노래방 등이 몰려있고 부지 특성상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있다 보니 밤낮을 불문하고 흡연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조차 이곳에서 흡연을 하는 등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컸다. 그러던 이곳에 어느 순간 담배 연기가 사라졌다.

딱딱한 금연 표지판 대신 컬러풀하고 귀여운 금연 캐릭터가 패널로 제작되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주차장 한편에는 ‘금연 연구소’라는 간판도 달렸다. 딱딱한 표어 대신 부드러운 금연 유도 멘트가 곳곳에 배치되었다. 골목의 분위기는 밝아졌고, 무분별한 흡연도 사라졌다. 이 같은 성과는 모두 지역 주민과 관계기관, 그리고 전문 공공디자이너가 함께 머리를 맞댄 ‘치안리빙랩’의 결과다.

노담지대 프로젝트의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크리에이티브퍼스 신홍우 대표는 “편협한 방식의 금연 유도에서 벗어나, 유저 프렌들리한 관점의 요소를 접목 시켜 흡연자들도 거부감 없이 금연구역임을 인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주변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상황에 딱 맞는 해결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과제 중 하나인 '노담지대 프로젝트'.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과제 중 하나인 '노담지대 프로젝트'.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일상생활 속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디자인 개념을 적용하여 주민들 손으로 직접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프로젝트의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21일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19층 회의실에서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연구과제 5개에 대한 최종 발표회를 20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치안리빙랩’은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일상생활 속 치안 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자치경찰 제도에 리빙랩(공동체 구성원들이 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사회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참여형·개방형 공간)을 접목했다. 이 프로젝트는 실험․연구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손으로 도출한 개선안을 실제 치안정책으로까지 발전시키는 '상향식 문제해결 방법'이다. 이번 사업은 부산디자인진흥원수탁사업으로 진행됐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범죄예방환경개선사업(CPTED)의 전문기관으로 시민디자인 공공기법 등을 적용해 과제 유형, 현장조사, 이해관계자 분석 등 실험 연구과제에서 도출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 모델을 제시하고 최적방안 도출을 위해 실험과 연구를 추진했다.

이번에 추진된 5개 과제는 북부경찰서의 청소년 흡연 구역을 중심으로 청소년 비행 선도 예방 ‘노담지대 프로젝트’, 경성대학교의 안전한 등굣길 ‘동행 프로젝트’,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주차장 LED’ 개발, 해운대경찰서의 재개발지역 등 ‘공·폐가 출입예방 스티커’ 제작, 부산진경찰서의 어린이 공원 환경개선 ‘청빛로드’ 조성이다.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연구가 이어졌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과 관계기관, 전문 퍼실리테이터 등 34명이 머리를 맞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19층 회의실에서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연구과제 5개에 대한 최종 발표회를 개최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19층 회의실에서 ‘2023년 부산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의 연구과제 5개에 대한 최종 발표회를 개최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한편 치안리빙랩은 2022년에 부산자치경찰위원회가 전국 최초로 추진했으며, 그동안 자치경찰에 대한 시민인지도 향상과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리빙랩을 통해 발굴한 ‘안심지대 중고거래’는 2022년 추진한 치안리빙랩 과제로 올해도 치안 시책으로 계속 추진 중이다. 올해 추진한 치안리빙랩 과제는 이번 최종 발표회를 거쳐 앞으로도 참여팀과의 간담회 등 과제별 관리를 통한 치안시책 모색 방안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 정용환 위원장은 앞으로도 “치안리빙랩 사업에 시민, 경찰청·경찰서, 구·군, 지역 대학 등 다양한 기관의 참여를 통하여 부산실정에 알맞은 자치경찰 치안시책을 발굴하여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보장하는 공동체 치안 구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산형 자치경찰제 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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