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조 현상 알고도 무시”
변호인 측은 “예측 못해” 부인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등이 2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017년 대서양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선사 대표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장기석)는 20일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대표이사 김완중(67) 씨 등 임직원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 씨에게는 금고 5년, 나머지 임직원 6명에게는 금고 3~4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승인받지 않은 방식으로 철광석을 적재해 선박을 운영했고, 선체 바닥의 빈 공간을 폐기 혼합물 저장 공간으로 불법 전용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선체 횡격벽 변형 등 심각한 결함을 발견하고도 인접 부위에 대한 점검이나 수리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 혐의도 있다. 선체 좌현 평형수 탱크 부위에 구멍이 뚫리고 침수가 발생해 선박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침몰하게 하고, 승선원 22명을 사망 또는 실종에 이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선사 측은 선박의 아래 빈 공간을 용도 변경해 부식과 격벽 변형 등 침몰의 전조 현상을 무시했다”면서 “선사 측은 배의 심각한 결함을 발견하고도 점검이나 수리하지 않아 결국 22명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사 측 변호인은 “검찰은 업무상 과실을 주장하지만, 선주 측은 선박 침몰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런 합리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허영주 공동대표가 증인 신문에서 “7년 가까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하자 일부 유가족은 법정에서 흐느껴 울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 공해상에서 침몰했다. 승선원 24명 중 22명(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이 실종됐고,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됐다.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 5일 참사 6년 만에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의 과실을 인정했다. 심판원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화물창에 화물이 균등하게 적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하는 ‘격창적재’ △건조하게 유지할 공간에 수분 배출 밸브를 무단으로 설치한 것 △격벽의 지속적인 손상과 변형 부분 등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이번 재판 외에도 선사 대표 김 씨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5월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