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문화 거의 없던 부산 북구에 일으킨 '연극 바람'
이상우 극단 해풍 대표
2017년부터 북구서 작품 활동 계속
작품 '포빅타운' 1만 5000명 관객몰이
스타 육성 시스템 고민해야 할 시점
“부산에서도 연극으로만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작품에 계속 관심을 두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죠”
지난 15일 부산 북구 덕천동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극단 ‘해풍’ 이상우 대표는 부산 연극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교육사업 등을 통해 수요를 늘리고, 관객의 입맛에 맞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발길을 끌어당긴다면 부산 연극이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연극 문화가 거의 전무했던 부산 북구에 터전을 잡고 활동 중인 이 대표는 이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1년 극단 해풍 창단 이후 2017년부터 5년 넘게 북구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틈틈이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 수업도 진행한다.
극단 해풍이 불러 온 연극 바람을 계기로 북구에서는 시민극단 ‘감동진’, 어린이 극단 ‘소풍’, 청소년 극단 ‘별숲’, 실버 극단 ‘청춘은 봄’ 등 다양한 연령대의 극단이 창설됐다. 작은 지역을 거점으로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극단이 활약 중인 것은 전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이들 단체는 올해 연극 공동체 ‘온’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리고 북구에 연극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대표는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이 하나도 없어 안타깝다. 부산에서도 하면 되는데 많은 사람이 이왕이면 문화가 잘 갖춰진 곳에서 시작하려고 한다”며 “왜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저는 이곳에서 연극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극단 해풍이 공연 중인 연극 ‘포빅타운’은 댄서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 아이를 둔 아버지와 한때 비보이로 활동하다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 중인 이웃 주민 등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대사에 친숙한 지명을 녹여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갔고, 노래·댄스배틀 장면을 연출해 작품의 특색을 더했다.
2017년 처음 무대에 선보인 이 공연은 지금까지 1만 5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올해에도 부산의 중·고등학교에서 단체관람 문의가 쏟아져 공연 15회 중 10회가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걸스 파이터’ 등 춤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공연에서도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금 부산의 연극 환경에서는 한 작품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것도 쉽지 않고 포빅타운처럼 매년 관객을 많이 모으는 작품은 더욱 드물 거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좀 명성을 얻어 서울로 역수출되는 것을 기대 중”이라며 “포빅타운이 아니더라도 부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잘 만든 연극 작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환경은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연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우를 포함해 훌륭한 연출자, 기획자 등을 기르는 이른바 ‘스타 육성 시스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