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쓰레기가 꽃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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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란 ‘이종1156190376-0094’

박성란 ‘이종1156190376-0094’.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박성란 ‘이종1156190376-0094’.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박성란 작품 ‘이종1156190376-0094’는 가로세로 2m, 3m가 넘는다. 종이에 검은색 콩테로 그린 대형작품이다. 각종 폐기물 혹은 쓰레기로 보이는 것을 묶어 마치 꽃다발로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의 제시하려는 의미와 목적이 ‘쓰레기가 꽃이 될까’라는 의문 혹은 경고일지도 모른다.

후기자본주의 혹은 첨단산업사회로 진입할수록 해양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은 처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인간의 끝없는 소비욕은 폐기물을 지속해서 양산한다. 이것이 다시 우리의 생명과 생활을 위협하는 줄 알면서도 줄일 생각은 별로 없다. 이런 위협을 외면한 채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우리는 새로운 소비거리를 찾는다.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로 생산된 쓰레기도 많다. 공중으로 흩어지는 방송 프로그램과 매체에 기록되어 넘치는 문자와 영상들 그리고 근거와 진원지도 없이 떠도는 각종 정보와 소문들은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매일매일 끝없이 생산된다. 이렇게 가다간, 결국 인간 문명은 파멸이다.

박성란의 ‘이종1156190376-0094’는 우리들이 가진 끝을 모르는 물질 소비욕과 만족할 줄 모르는 불안한 욕망에 대한 경고와 치유의 방법을 슬그머니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한다. 쓰레기를 모아 삭제하거나, 분해하거나 혹은 욕망을 억제하는 자제심을 갖도록 화려하지 않게 전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제하지 못하고 쌓아 올린 우리의 문명은 결국 파국만 남을지 몰라, ‘쓰레기가 꽃이 될까요?’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그의 이야기에 모두가 동의할 수 없겠지만 어느 한 사람이라도 수긍한다면 그의 이야기는 의미 있을 것이다.

박성란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다가 미술대학에서 회화로 바꾸었다. 그런 이력 때문인지 무기물과 유기물, 현대문명과 문화의 생산과 소멸에 관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표현하고 시각화하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김경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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