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정한 집은 어디인가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
진정한 의미의 ‘쉼터’ 탐구
글로벌 아티스트 12팀 참여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시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시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고밀도 도시, 환경 오염과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많이 지쳐 있다. 지친 인간에게 진정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 어디일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지민 큐레이터는 “우리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간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스스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환경과 상황으로 인해 타의로 이동하기도 한다. 물리적 거주지인 집이 우리에게 안정을 주는 휴식처인가 의문을 품게 됐다. 물리적인 집을 찾아다녔던 험난한 길을 넘어서니, 쉼터(집)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과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박 큐레이터의 말처럼 이번 전시에서 집은 물리적인 건물이라는 개념을 넘어 정서적인 공간까지 포함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집과의 추억이 생겨나고 정서적 교류가 더해져야 집이 진정한 휴식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운드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애니메이션 감독, 사진작가, 연구자 등 글로벌 아티스트 12팀이 참여한 전시는 소리와 3D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쉼터를 펼쳐내고 있다.


유리 스즈키의 작품 ‘히비키 트리’.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유리 스즈키의 작품 ‘히비키 트리’.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의 작품 ‘히비키 트리’를 시작으로 관객들은 작품을 차례차례 만나며 자신의 진정한 쉼터를 구상하게 된다.

크게 4가지의 주제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파트인 ‘이동’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인 인간에게 고정된 집이 주는 의미를 질문하며, 두 번째인 ‘확장’에서는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쉼터의 범위를 확대한다. 이어지는 ‘관계’ 파트는 여러 대상과의 교류로 생긴 정서적 친밀감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쉼터를 소개한다. 마지막 공간인 ‘아카이브 라운지’에서는 박지민 큐레이터를 발굴한 ‘현대 블루 프라이즈’ 수상자들의 발자취와 이를 담은 서적, 이미지들이 전시된다.

박지민 큐레이터는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큐레이터를 발굴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2’ 프로그램의 지난해 수상자이다. 이번 전시는 박 큐레이터의 수상작을 좀 더 확대해 풀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 작품들은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 연령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히비키 트리’ 작품은 관객이 스피커처럼 생긴 공간에 소리를 보내면 자연의 소리와 더해져 신비로운 음향이 공간 전체에 퍼진다. 여러 소리가 섞이며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리슨투더시티’라는 공동체가 만든 서베이프로젝트 ‘집의 의미 그리고 을지로 미래 시나리오’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시민들을 일일이 만나 설문 조사를 하고 워크숍을 통해 서울 시민이 원하는 집을 도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집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보며 공감하는 요소가 무척 많다.

현대자동차 아트랩 최두은 상무는 “리서치 기반의 작품들이 굉장히 신선하다. 미술 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작품이며 젊은 큐레이터의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뿐만 아니라 생각할거리도 풍성하다”고 소개했다.


쉘터&기어이의 3D 애니메이션 작품 ‘이향정:기억으로 만든 집’.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쉘터&기어이의 3D 애니메이션 작품 ‘이향정:기억으로 만든 집’.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기억을 담은 커다른 그릇으로 집을 해석한 쉘터&기어이의 3D 애니메이션 ‘이향정:기억으로 만든 집’은 관객이 VR기기를 착용한 후 감상한다. 어릴 떄부터 잦은 이사로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작가는 아버지의 오래된 집이자 300년 된 고택을 통해 집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찾는다. 360도로 펼쳐지는 3D 입체 애니메이션이 기존 전시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물이 지배적으로 많아진 미래에 복어가 이상적인 동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그린 장명식 작가의 작품은 귀엽고 유쾌하다. 작품 옆 바코드를 읽으면 증강현실로 연동돼 작품 속 복어들이 실제 현장을 날아다니고, 관객의 얼굴이 복어 얼굴로 변하기도 한다. 물에서는 힘을 빼야 뜨는 것처럼 내려놓음의 가치를 체득하면 마음이 편안한 진짜 휴식처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루시 맥래의 포옹해주는 기계 ‘압축카펫 2.0’.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루시 맥래의 포옹해주는 기계 ‘압축카펫 2.0’.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루시 맥래의 작품 ‘압축카펫 2.0’은 포옹해주는 기계이다. 집이라는 건 정서적인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봉채 작가의 우포늪 사진은 대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는 사전예약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내년 6월 16일까지 열린다.


오픈투베리어블스(박성원&이서영)의 작품 ‘연착륙’.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오픈투베리어블스(박성원&이서영)의 작품 ‘연착륙’.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