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캐러? 아니, 심으러” 거꾸로 자맥질 해녀들 속사정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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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해운대 미포 등 해변 일대
어촌계 선정 품종 12만 마리 방류
바다 환경 황폐화에 직접 팔 걷어
올해 특히 수온 등 악재로 속앓이

부산 해운대구는 이달 초 해운대 해변 일원에 해녀 잠수 살포와 선상 방류 등을 통해 수산 종자 12만 마리를 방류했다. 해운대구청 제공 부산 해운대구는 이달 초 해운대 해변 일원에 해녀 잠수 살포와 선상 방류 등을 통해 수산 종자 12만 마리를 방류했다. 해운대구청 제공

‘전복 살포의 날’.

어감은 딱딱하지만 어민과 구청에는 귀중한 행사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과 미포, 청사포, 우동 등 4개 어촌 해역에 전복 종자를 방류하는 일이다. 해녀들이 배를 타고 나가 직접 잠수해 종자를 뿌린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벌써 10년이 넘게 진행되는 일이지만 해녀들은 우리 바다 황폐화를 막고 전복 자원을 늘리기 위해 정성을 다해 임하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이달 초 4개 해역에 전복 종자 12만 마리를 방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달 초 송정 죽도공원 앞바다에서 진행된 ‘전복 살포의 날’ 행사 때는 어촌이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전복 종자 방류 일정이 정해지자 송정 어촌계가 하나가 돼 새벽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른 아침부터 송정 해녀들이 총출동해 통영 거래지에서 들고 온 전복 종자 3만여 마리를 훑었다. 전염병이 있는지 씨알은 굵은지 검수하는 작업이다. 평균 5cm로 올해 따라 전복 종패가 좋았다.

전복을 망태에 싸매고 배를 타니 오전 11시. 23명 송정 해녀들 중에 경력이 많은 10명이 배에 올랐다. 전복을 바다에 뿌리는 일은 모든 단계가 수작업이다. 전복 든 망태를 짊어지고 들어간 해녀들은 바다 깊숙한 곳에서 판판한 돌 밑에 전복을 심는다. 배 위에서 뿌리면 전복 배가 뒤집혀 자리를 잡지 못한다. 돌에 잘 뿌리 내리라고 새끼 전복 집을 지어주는 셈이다. 이렇게 바다를 오르락내리락하길 2시간. 올해 3만여 마리 전복 심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수산자원 방류 사업은 이미 오래됐다. 부산시는 2004년도부터 수산자원 매입·방류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구, 영도구, 남구, 북구, 해운대구, 기장군 등 부산 10개 구·군에서 매년 방류 작업을 한다. 지난 11월 말 영도구도 전복 종자 6만여 종을 방류했다. 지금까지 영도구 해안에 방류한 전복 종자만 73만여 마리에 달한다. 기장군은 기장군수산자원연구센터에서 생산한 해삼 종자 6만 여 마리를 방류했다. 지난 5월엔 부산 연안에 어린 감성돔 21만 마리와 넙치 12만 마리가 방류됐다.

수산자원 방류 작업은 어장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의도적으로 살포하지 않은 자연산 어패류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이태현 송정어촌계장은 “해녀 10명이 나가면 자연산 전복을 한 달에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수온 상승과 바다 황폐화는 어장환경을 바꿔놨다. 이번 전복 살포에 참여한 30년 경력 해녀 김 모씨는 “바다 들어가면 어쩔 땐 돌이 허옇고 해초가 싹 다 비어있다”고 말했다. 백화현상이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산호에 붙어 영양분을 주고받던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산호초 표면이 하얗게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먹성 좋은 전복의 식량인 해조류가 줄어들면 전복이 폐사한다. 바다 사막화는 어패류부터 어류까지 해양 전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매년 수십만 마리 전복을 방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십 만 마리 전복을 방류해도 살아남는 전복은 소수다. 이 계장은 “전복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다 잘 사는 게 아니다”며 “해초가 무성해야 전복이 잘 먹고 사는데 적조 오고 수온 높아지면 전복 먹고 살 게 없어 다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장기적인 수산자원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경고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배봉성 수산자원연구부장은 “부산 바다 수온은 예전보다 2도 상승했다. 해조류가 줄어드니 해조류를 먹고 사는 어패류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징어 대구 멸치 등 대표 어종 어획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수산 자원 축소는 꾸준히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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