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에 3개서 2개로… 손님도, 노점상도 ‘눈물 젖은 붕어빵’
고물가에 겨울 간식 가격 ‘껑충’
가격 올리자 손님 발길 뜸해져
노점상도 하나둘씩 자취 감춰
길거리 ‘1000원의 행복’ 옛말
“대기업 회장이라도 방문해서 붕어빵이라도 먹었으면 매출이 나았을지 모르겠네요.”
20일 부산 중구 남포동 인근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70대 김 모 씨는 물가와 매상 얘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가 올라 지난해 3개에 1000원을 받던 붕어빵을 올해는 2개 1000원으로 높여 판매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 간식도 그만큼 인기가 올라가지만 손님 발길은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한다. 김 씨는 “국제시장 어묵집처럼 유명 인사가 방문했으면 상황이 지금보다 좀 나아졌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물가 여파로 부산 겨울철 대표 간식들의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1000~2000원으로 겨울 간식을 즐기던 상황도 이제 지난 추억이 되는 분위기다. 시민들도 지갑을 꺼내기 부담스러워하면서 길거리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편으로 야외에서 겨울 간식을 먹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9일 기준 붕어빵 팥소로 사용되는 수입 붉은팥 40kg의 평균 도매가격은 27만 6800원이다. 평년 가격인 22만 933원보다 약 25%가 뛰었다. 한때 3~4개 1000원이던 붕어빵 가격도 이제는 2개 1000원이 보편화될 정도로 치솟은 셈이다.
길거리 간식 주요 원재료인 식용유도 가격이 뛰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9개 주요 식품에 대해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사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와 원재료 가격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식용유는 이 기간 원재룟값이 27.5% 하락했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10.3% 뛰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가스비, 전기세 등 기타 요금 상승까지 겹치면서 겨울철 간식은 더는 가격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부산 대표 전통시장인 중구 국제시장을 둘러보면 호떡 1개 가격은 1500~2000원이다. 1~2년 전, 10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던 호떡이지만 이전 가격을 고수하는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산 대표 간식거리인 물떡과 어묵도 1개 700원 정도에서 지금은 평균 1000~1200원이 대세가 됐다. 특히 어묵이나 물떡은 학생들도 많이 즐기지만 야외 노동자들이 겨울 추위에 몸도 녹이고 끼니도 해결하는 음식이라 가격 상승은 바로 체감되는 수준이다.
겨울철 간식 가격이 오르면서 손님들도 지갑을 닫았다. 자연스레 노점상에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도 시름에 빠졌다. 수영구 남천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60대 전 모 씨는 “다른 집은 500원씩 올리는 걸 눈치 보면서 200~300원씩 올렸다”며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격을 올려도 손해가 만만치 않다. 몇 가게는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시린 손을 불며 간식을 먹던 추억이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붕어빵을 만들거나 온라인에서 기성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추억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 호떡 가게 위치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 모(35·부산 해운대구) 씨는 “찬바람을 맞으며 어묵 국물을 떠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간식 가격이 비싸질지 몰랐다”며 “고물가 불황 속 추억의 노점상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