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에 뒷전, 또 해 넘기는 부울경 현안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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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법 개정안·우주항공청법 등
여야 극단적 진영 정치에 발목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어
부울경 현역 심판론 부각 전망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우주항공청 설립,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마련 등 부산·울산·경남 주요 현안들이 국회에 발목 잡혀 올해 추진은 물 건너간 모습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부울경의 미래를 위해 속도를 내달라는 호소에도 여야의 정치 실종으로 대치 정국이 더욱 가팔라진 탓이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로 규정돼 있는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바꿀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 우주항공청 설립과 지원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우주항공청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 근거가 포함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모두 여야가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각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양당이 극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 21일 처리하기로 하면서 여야가 이견을 보여온 부울경 현안들도 새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희망섞인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민주당이 오는 28일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국정조사 요구안 처리를 추진 중이어서 말 그대로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남은 국회 시간표를 보면, 예산안 처리를 위한 21일,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한 28일 두 번의 본회의가 열린다. 부울경 여야가 그간 주민들에게 약속해 온 해당 법안들이 연내에 처리되려면 28일 본회의에 상정, 의결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각 상임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국회 입법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국회 입법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들 법안은 여야가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구성한 '2+2 협의체'의 국민의힘 협상 안건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부정적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협의체는 지난 19일 3차 회의에 나섰지만 양당이 제시한 각 10건의 법안에 대해 각 당 상임위원회 간사들과 논의 후 재차 협의하기로 하면서 협상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부울경 현안 사업과 관련한 법안들이 이처럼 한발짝도 나아가지도 못한 것은 21대 국회가 협상은 실종되고 극단적인 진영 정치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가 서로를 향한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외면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부산 상공계의 간곡한 요청에도 "잘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책임론도 제기된다. 그간 여당은 "다수당의 횡포" "표 계산에만 몰두해 개정안을 파행의 국면으로 만들고 있다" 등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사실상 민주당이 협조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차단했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말 우리 당이 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싶었다면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했다는 아쉬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는 결국 부울경 현역들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울경 주민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가 무산된 가운데 주요 현안들도 진척이 없다"며 "지역에서는 '잃어버린 4년'이라는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다"고 힐난했다.

일각에선 내년 1월 9일로 예정돼 있는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와 1월 임시국회 개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부울경 여야가 뭉쳐 21대 국회에 제기된 무능론을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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