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경험 많이 쌓아 올림픽 금메달 따고 싶어요"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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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예술고 사격 선수 김주리
10m 공기권총 ‘차세대 유망주’
비용 탓 국제 대회 많이 못 나가
파리 올림픽 출전 목표 끝내 좌절
내년 한체대 진학…국대 꿈 진행형



2023 헝가리오픈 10m 공기총 사격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주리(가운데). 2023 헝가리오픈 10m 공기총 사격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주리(가운데).

 “2024년 파리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루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내년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하면 각종 국제 대회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메달도 많이 따 꼭 태극마크를 달고 싶습니다.”

 부산영상예술고 3학년 학생인 김주리(18)는 한국 사격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김주리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배구와 사이클을 하며 운동 선수의 꿈을 키웠다.

 운동 신경이 워낙 뛰어났던 그는 초등학교 배구 선수를 할 때 또래에 비해 늦은 도전이었지만 끊임없는 훈련으로 1년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나가 팀이 3위에 입상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배구부가 있는 중학교는 집에서 너무 멀어 결국 배구를 포기했다.

 가야여중에 진학한 김주리는 학교 사격부에 관심이 생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년 만인 중학교 2학년 때 첫 출전한 전국대회(충무기)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혜성처럼 등장해 ‘사격 신동’이라고 불렸으나 그게 부담이 된 것일까. 한때 슬럼프에 빠져 중학교에서는 더 이상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사격부가 있는 부산영상예술고 진학은 그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계기가 됐다. 특히 3학년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10m 거리의 표적을 맞추는 공기권총을 잡은 김주리는 지난 3월 제5회 창원시장배 전국사격대회 개인전에서 2위를 시작으로 4월 충무기에선 개인전 1위, 단체전 2위에 올랐다. 지난 5월 독일에서 열린 ISSF 월드컵 주니어 사격대회에선 개인전 4위, 단체전 1위, 혼성 1위를 기록하며 2관왕이 됐다. 지난 7월 창원에서 열린 2023 ISSF 창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단체전 2위에 올랐고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헝가리에서 개최된 헝가리오픈 공기총 사격대회에선 개인전 1위, 혼성 2위라는 쾌거를 일궈 냈다. 이어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치기현에서 열린 2023년 동아시아유스 공기총사격대회에서도 개인전 1위, 단체전 1위, 혼성 2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올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1학년 때부터 김주리를 지도해온 부산영상예술고 양시정 코치는 그를 이렇게 칭찬했다.

 “사격은 집중력과 정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주리는 순간 집중력이 누구보다 뛰어나 사격에 제격인 선수입니다. 한자리에서 2~3시간씩 사격 자세를 유치하는 체력도 훌륭합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다져온 체력이 바탕이 된 것이죠.”

 김주리는 내년 파리 올림픽 메달도 기대되는 유망주였지만 아쉽게도 출전권을 따내진 못했다. 해외 대회에 나가 많은 점수를 따야 하는데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터라 출전을 많이 하지 못했다. 정부나 부산시, 후원단체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는 내년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한다.

 “제겐 부모님이 가장 큰 지지자입니다. 언제나 제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고교 졸업 후 실업팀을 갈지 대학에 진학할지 고민했는데 부모님은 실업팀에서 여유 있게 운동만 하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김주리는 대학에서 못다 한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싶어 원서를 냈다. “부모님은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운동뿐이잖아요. 부모님을 생각하며 한 번이라도 더 총을 잡고 훈련에 매진할 겁니다.”

 김주리의 든든한 지원자 중 또 한 명은 부산영상예술고 최민철 사격부 감독이다. 고교 체육교사로 올해 3월부터 사격부를 맡은 ‘초짜’였지만 매일 훈련장인 영도종합사격장을 찾아 코치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올해 사격부가 좋은 성적을 거둔 원동력은 최 감독의 열정 때문이다. 그런 그에겐 절실한 희망이 있다. 바로 교내 훈련장 건립과 후원회 결성이다.

 최 감독은 “교내에 사격훈련장이 있으면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후원회가 조성돼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부산영상예술고 정중우 교장도 사격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사격부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 흐뭇하다”며 “앞으로도 학교에서 사격부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부산을 사랑하는 김주리가 부산 시민들에게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전할 날이 기대된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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