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탄은행’, 연탄보일러 온기처럼 따뜻한 무대
부산연탄은행 20주년 기념
1월말까지 가온아트홀 공연
1980년대 추억 불러 일으켜
10살짜리 꼬마에서 어느덧 50대가 되어버린 ‘남주’는 어릴 적 살던 산동네가 그립다. 쫀드기 사 먹을 돈이 없어 아쉬워하던 어린 시절의 남주는, 번듯한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성장해 그 시절 꼬마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미리내 슈퍼’를 찾는다. 추억 속 슈퍼는 여전히 산동네 한켠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슈퍼맨 아저씨’로 불릴 만큼 정정했던 가게 주인은 세월의 흔적을 피하지 못해 백발노인이 됐다. 40년 만에 만난 남주를 반가워하던 가게 주인은 따뜻하고 정이 넘쳤던 1980년대 산동네의 기억을 떠올린다
연극 ‘연탄은행’은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부산연탄은행’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연탄으로 온 집안을 따뜻하게 데우던 시기, 삶의 애환과 이웃 사이에서 나누던 온정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약 80분간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따뜻한 마음을 연극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훈훈한 무대가 이어진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을 포기하고 구직을 위해 인천으로 떠나게 되는 고등학생 소녀를 포함해 다양한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은 무대에서 저마다의 추억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가수 심수봉의 노래부터 찹쌀떡 장수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는 소재를 가미해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인스타그램 등의 소재를 이용해 젊은 층의 취향도 공략한다. 개성이 뚜렷한 배우 5명의 연기도 ‘보는 맛’을 더한다.
2003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인 부산연탄은행은 부산시내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무료로 배달해 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부산 동구 가온아트홀 첫 공연에 참석한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지난 20년간 연탄은행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에게 70억 원 상당의 연탄 700만 장을 나눠드렸다. 음식 대접도 40만 그릇 정도 되는데 이는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극 공연은 20년간의 역사에 이정표를 찍는다는 의미와 앞으로도 연탄은행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연극 ‘연탄은행’은 내년 1월 28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은 후불감동제로 진행돼 관람객은 연극을 본 뒤 자유롭게 관람료를 지불하거나 1만 원의 사전 티켓을 구입할 수도 있다. 공연 수익금은 부산연탄은행의 운영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공연은 매주 평일 오후 7시, 토·일요일은 오후 3시와 6시 부산 가온아트홀 2관에서 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 네이버 티켓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