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준비하는 죽음은 슬프지 않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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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시쿠라 후미노부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표지.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표지.

우리네 삶에서 죽음은 언제나 뒷전이다. 죽음이 고통을 연상시키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삶의 마지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끝’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 마음을 나누던 친구, 회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은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지 못하게 한다.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눈앞에 놓인 현실을 가려버린 형국이다.

책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는 전립선암에 걸린 60대 의사가 ‘잘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기록이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2~3년에 이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저자는, 운명의 모래시계가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원하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선언하기, 죽기 전 물건 정리하기, 엔딩노트 써보기 등 ‘나’를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써 내려갔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므로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며 올바르게 죽는 마음도 소개한다. 말하자면 ‘죽음 실전서’인 셈이다.

2020년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저자는 호르몬 치료를 이어오다 2년 후인 2022년 10월 자택에서 고요하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준비하던 그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쓴 글을 정리해 책으로 만들었다. 지금껏 살아온 삶처럼, 죽음도 내 것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자는 저자의 당당한 태도가 돋보인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사랑했던 이들과 잘 헤어지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만큼 헤어지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테다. 준비하는 죽음은 준비 없는 죽음보다 슬프지 않을 것이다. 이시쿠라 후미노부 지음/최말숙 옮김/위즈덤하우스/212쪽/1만 58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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