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디지털 기술 갖춘 ‘신노인’이 되자
인생이모작, 한 번 더 현역 / 고영삼
요즘 가속도가 붙어 점점 빠르고 무겁게, 내심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퇴직하면 뭐 할 거냐”는 질문이다. 평생 갑으로 살아온 인생도 퇴직하면 끝이다. 1000만 명 이상이 ‘은퇴형 전직’을 고민 중이라는데 다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서른 명이 나와 인생이모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사 출신의 디지털 사진작가, 군 장군 출신의 유튜버, 알코올 중독을 극복한 알코올 치료 전문가 등이 삶의 우여곡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의 사례집이다.
인상 깊게 읽은 두 사례가 있다. 먼저 사업 실패를 이겨 내고 IT 셀럽이 된 시니어의 이야기다. 그는 57세의 나이에 한 대학교 교수들에게 부탁해 청강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2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 두 개를 싸 들고 밤낮으로 컴퓨터 관련 모든 수업을 완파했다. 그만한 정성이면 세상에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다 초밥집 오너셰프로 전직한 분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교수라는 때’였다고 한다.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주방의 센 군기를 감내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나는 교수가 아니다,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를 복창했단다. 뭐든 이루려면 더러운 꼴도 참고 견뎌야 한다.
생애 설계 전문가이자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저자가 성공적인 은퇴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수소문했다. ‘리틀 빅 히어로(Little Big Hero)’의 역주행 이야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과 의식을 갖춘 신노인이 되어야 한다. 누가 인생이 짧다고 했나. 요즘은 이모작이 필수일 정도로 길어졌다. 고영삼 지음/호밀밭/280쪽/1만 68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