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꽃마을 등산로 통행금지 예고에 등산객 '황당'
부산 서구 대신동 꽃마을의 주요 등산 통행로에 일반인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불법 현수막이 내걸려 주민과 등산객의 원성이 높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서구 대신동 꽃마을. 구덕문화공원에서 내원정사 방면으로 난 음식점 거리를 따라 올라가자 정면에 보이는 등산로 입구 위에 걸린 노란색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 통행로는 사유지입니다. 2024년 2월 1일부터 일반인의 통행을 차단, 엄금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등산로 입구부터 약 200m에 이르는 거리에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3개나 걸려 있다. 길 옆 산비탈면 곳곳에는 무단출입과 경작을 경고하는 푯말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꽃마을 주민과 상인들에 따르면 통행금지 현수막은 지난 18일 돌연 게시됐다. 현재 통행로로 쓰이는 땅은 1990년 등기를 마쳐 30여 년간 주민들이 사용하는 인도와 차도로 사용돼 왔다. 오랫동안 민간 소유였고, 2021년 8월 A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된 바 있다. A 업체는 내년 2월 이후 개발을 위해 차량 등 주민 통행을 막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체 측은 내년 1월께 통행 차단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길이 꽃마을 음식점 거리를 목전에 두고 있어 등산객과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주요 통로라는 점이다. 실제로 꽃마을 주민과 상인들은 통행이 금지되면 큰 소란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꽃마을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주례, 개금, 가야 등 인근 지역 등산객을 비롯해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곳”이라며 “꽃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길로 사용해 오던 곳을 갑자기 막아서면 반발이 매우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게시된 현수막이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현수막으로 밝혀지면서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꽃마을의 한 주민은 “토지 소유주가 느닷없이 고압적인 태도로 통행을 막아버린다고 말하니 주민들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며 “통행로를 막으면 길 안쪽 동네에서 거주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바깥 동네와 오가기가 매우 불편해져 한마디로 고립되는 꼴”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해 A 업체는 매입한 토지의 일부가 오랫동안 통행로로 사용돼 왔지만, 과거 매입한 땅에 대한 재산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A 업체 관계자는 “개발 관련 계획을 언급하기에는 현재로선 시기적절하지 않다.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개발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의사를 보여오지는 않았다”면서 “불법 현수막 등 꽃마을 일대의 민원을 고려해 향후 문제되는 사안이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