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스트리밍 화면 뒤 기업들의 진흙탕 싸움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 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구독 경제의 시대다. 문화 콘텐츠 산업 역시 이 담대한 물결을 거스르지 못한다. ‘본방 사수’는 낡은 구호가 되었다. 이제 언제 어디서는 원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 랜선 혹은 빵빵하게 터지는 와이파이 신호뿐이다. 아니다. 이제 그런 것도 필요없다. 5G가 있다. 노마드 스트리밍족을 위해 통신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까지 앞다퉈 출시했다.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는 미국의 두 기자(한 명은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자이고 또 한 명은 비즈니스 전문기자이다)가 미디어 산업에서 수십 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의 비화를 추적한 르포다. 스트리밍 기술의 보편화로 전통 미디어 기업이 힘을 잃고 넷플릭스 등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 매우 흥미로운 시대의 이야기다. 이 시대를 이해하려면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질적인 두 산업의 불편한 동거를 유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인 두 기자의 ‘합’은 좋다.
비화, 가려진 뒷이야기를 추적한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스토리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책은 재미있는 뒷이야기라는 점을 넘어 표류 중인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심을 받는 넷플릭스, 역전을 노리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디즈니, 각각 유통과 IT의 왕좌를 차지한 아마존과 애플의 ‘미디어 사국지’는 앞으로 어떤 향방으로 진행될까. 새로운 전쟁터로 부상하고 있는 스포츠 중계권 부분에선 국내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머리에 떠오른다. 헐리우드가 힘을 잃어가는 과정은 한편으론 통쾌하기까지 하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독서 시간이 줄었다는 핑계에 익숙한 분들께 권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탄생 비화가 마치 해당 콘텐츠의 메이킹 필름을 감상하는 것만큼 느껴진다. 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이정민 옮김/알키/516쪽/2만 5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