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대재해법 위반 1호 기업 대표에 집행유예 1년
시민단체 "법 제정 전과 다를 바 없어" 비판
부산에서 최초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장병준)은 21일 공사 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사 관계자 3명 중 2명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나머지 1명에게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공사와 관련된 업체 2곳에는 각각 벌금 5000만 원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 규칙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와 유족이 입었을 고통이 매우 커 그 결과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고인들이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점, 유족과 빠른 시간에 합의한 점, 피해자도 안전모를 쓰지 않은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25일 오전 근로자 B 씨는 부산 연제구 한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작동된 무게 3.3t 균형추에 끼었다. B 씨는 119 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B 씨는 A 씨 업체에 주차타워 내부 단열공사를 하도급 받은 업체 소속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B 씨는 지하 1층에서 신호수와 작업 지휘자 없이 작업 중이었고, 이 사실을 몰랐던 공사 관계자가 지상 1층에서 리프트를 작동시켜 사고가 발생했다. A 씨 등은 도급 업체의 적정 산재 예방 능력과 평가 기준 마련 등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이행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년, 나머지 직원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21일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도 법 제정 전과 다를 바 없는 판결이 나오며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앞으로 부산에서 진행될 2호, 3호 재판에도 좋지 않은 판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