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선거권 제한’ 판결에 지지층 더 결집
콜로라도 대법원, 내란 선동 인정
공화당 후보 일제히 옹호 나서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대법원 구성도 보수 성향 다수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란 선동을 이유로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놓자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향후 연방 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의 손을 들어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당장은 공화당 내 다른 대선 후보들까지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싣는 모습이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아이오와주에서 내년 1월 15일 열리는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4차례 기소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오히려 지지세력을 결속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트럼프 독주 체제를 구축했던 것과 유사한 정치적 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바이든 정부의 선거 개입 사례라고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그는 “내가 싸우는 모든 사건은 법무부와 백악관 작품”이라면서 “바이든은 나에 대한 모든 가짜 정치 기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는 과거 기소 때처럼 콜로라도주 대법 판결을 계기로 다시 선거자금 모금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 방어에 동참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콜로라도주 대법 판결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좌파들이 권력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활용했으나 이는 가짜 법적 근거에 따른 사법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우리는 판사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유권자들이 내릴 결정”이라고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비판했다고 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내달 첫 경선을 앞두고 나온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정치적 입지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콜로라도주 대법관 7명 모두 민주당 주지사가 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콜로라도주 대법 결정에 따른 정치적 역풍을 우려하는 발언이 나온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정적인 자신에 대한 마녀 사냥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바마 대선캠프 수석 전략가 등을 지낸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엑스에서 “트럼프가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제기된 모든 법적 도전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콜로라도도 똑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 코피니스도 NBC 뉴스에서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정치적)박해 콤플렉스를 강화해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콜로라도주 대법의 결정이 트럼프 지지세만 강화해줄 것이란 민주당의 우려를 키우는 원인이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 대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수 성향의 6명 중 3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