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부산 디스카운트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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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국내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내년 4.10 총선을 3개월여 앞둔 부산 여권 내에서는 ‘부산 디스카운트’라는 신조어가 떠돈다. 보수 정당에서 4년마다 되풀이되는 부산을 타깃으로 한 물갈이론을 조소하는 말이다.

이는 인적 쇄신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부산 현역 가운데 지역구 활동을 등한시하는 의원도 태반이고,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배지’들도 즐비하다. 심지어 둘 다 못하는 의원도 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공천에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부산만 교체하면 된다는 중앙당의 오판이다. 매번 그런 안일한 방식으로 지난 몇 번의 총선에서 물갈이를 단행했고 앞서 말한 문제의 현역들은 그 같은 방식의 물갈이 결과물이다.

이번에도 여당 혁신위원회는 핵심 인사들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는 게 혁신위 설명이다. 이에 지난 12일 장제원 의원이 가장 먼저 화답했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그는 사상에서 3선을 하며 지역에서 안정감을 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원조 윤핵관으로 중앙당에서도 두각을 보여왔다. 그러나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장 의원, 대표직에서는 물러난 김기현 의원 외에 당내 용퇴는 없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만 물러나면 되는 걸까.

부산에서 가까운 경남에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자신을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은인 대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선택한 의원이 있다. 그는 이후 캠프와 인수위 등에서 요직을 맡았다. 당선 이후에도 윤핵관으로 위세를 누렸지만 지금은 주군의 위기에도 숨죽이고만 있다.

정권 초기 김태흠 전 의원을 충남지사로 보내고 원내대표가 된 의원과 지금 정권 최고 실세로 거론되는 강원도 지역구 의원들 또한 불똥이 튈까 침묵하고 있다. 특정 인물의 전대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의원 단체 카톡방에서 중진 의원들에게 폭언을 내뱉으며 ‘친윤 홍위병’을 자처한 부산, 경남, 서울 초선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에서는 여당의 위기 징조가 곳곳에 드러난다. 그런데도 매번 보수 텃밭이라고 착각, 부산만 혁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구태가 총선마다 반복되고 있어 지역 여권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정답은 무엇일까. 추후 구성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누가 윤 대통령을 앞세워 권력을 사유화하고 남용했는지 여부만 따지면 된다. 물갈이를 핑계로 지역에 필요한 인사를 검찰 출신 낙하산을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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