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랑과 희망의 동지
매주 금요일 밤 MBC TV에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독신 남녀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한 이 프로는 2013년 3월 22일 처음 전파를 탔다. 당시 453만 가구였던 국내 1인 가구는 최근 750만 2000가구로 급증했다. 2013년 네 집 가운데 한 집(25%)꼴이던 혼자 사는 가구 비율이 10년 만에 세 집 중 한 집(34.5%)으로 늘어난 셈이다. 1인 가구는 1990년만 해도 9%에 불과했으나 2005년 20%, 2019년 30%를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해 30여 년간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 현황을 보면, 1인 가구는 2030세대와 고령층에서 높은 비중을 보이며 도시·농촌 어디에서든 흔해졌다. 29세 이하 비중이 19.2%로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 18.6%, 60대 16.7%로 집계됐다. 젊은 층은 학교나 직장 문제로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1인 가구가 되는 게 보편적이다. 노년층은 사별과 이혼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은 “나 혼자 독립해 살았으면 얼마나 편할까”란 생각을 자주 해봤을 테다. 하지만 청년층과 노인층으로 양극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1인 가구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결혼을 꺼리는 젊은 독신 남녀의 증가는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0.7명)로 ‘인구 절벽’ 위기에 직면하게 만든다. 게다가 세상과 담쌓고 지내는 고립·은둔형 청년이 해마다 늘어나 전체 청년 인구의 5%(54만 명)에 달한다는 최근 통계가 나왔다. 독거노인의 고독사는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런 현상들이 빚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화한 경기 침체, 개인화로 희박해진 공동체의식에서 찾을 수 있지 싶다.
1인 가구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각별한 관심, 지원이 절실해진 가운데 22일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제일 짧은 동지(冬至)를 맞았다. 이날 가정과 사회 곳곳에서 비타민B1이 많이 함유돼 정신건강에 좋고 액운을 막아 준다는 팥죽을 쒀 소외된 이웃과 나눠먹는다. 옛사람들은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축제일로 여겼다. 때마침 18일 문체부가 동지를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가족의 가치와 공동체 생활관습을 잘 전승해 온 명절이란 이유인데, 동지의 의미를 더한다. 이번 동지를 계기로 지역 공동체의 온정이 확산하며, 어두운 경제의 밤은 짧아지고 희망적인 성장의 낮이 길어지면 좋겠다. 1인 가구에 사랑과 희망이 넘치길 바란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