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에 60m 고드름… 집 밖은 ‘거대한 냉동고’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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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에 부산 종일 영하권
대형 고드름 제거에 소방 출동
이틀 새 제거 요구 신고만 10건
해안가엔 초속 15m 칼바람도
주말까지 극한 추위 이어질 듯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아파트 외벽에 60m 길이의 고드름이 맺혀 소방관들이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제거 작업을 벌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아파트 외벽에 60m 길이의 고드름이 맺혀 소방관들이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제거 작업을 벌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에도 맹추위가 시작됐다. 이날 부산 체감온도는 영하 13도까지 내려가며 올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부산 한 아파트 벽에는 길이 60m에 달하는 대형 고드름까지 등장했다. 몰아치는 추위에 도심 풍경이 며칠 만에 한겨울로 변했다.

21일 오전 부산 시청역. 거친 칼바람이 몰아치자 시민들은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렸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에 파묻은 어깨를 다시 한번 움츠렸다.

거리에는 두툼한 모자와 목도리, 장갑, 귀마개가 등장했다. 방한 부츠를 신은 이 모(23·연제구 연산동) 씨는 “오늘 올겨울 들어 가장 날씨가 춥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며 “부산 겨울이 이렇게 추웠나 싶다”며 연신 손을 비볐다.

역 인근 카페에도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카페 점주 최 모(36) 씨는 “요즘은 따뜻한 음료만 잘 나간다”며 “특히 추운 아침이나 저녁에 바람을 피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에 부산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도 펼쳐졌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아파트 외벽에는 무려 길이 약 60m에 달하는 대형 고드름이 맺혀 소방관이 로프를 타고 제거 작업에 나섰다. 고드름은 끝이 뾰족해 떨어지면 보행자가 크게 다칠 수 있다. 해운대구 재송여중과 아파트 사이 옹벽에 붙은 고드름을 보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위험하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와 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고드름 제거 작업을 했던 해운대소방서 구조대 전익찬 소방사는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외줄에 의지해 3시간 동안 옹벽에 붙어 있었다. 무거운 장비를 가지고 로프를 탈 수 없는 탓에 손에는 작은 손도끼 하나만 들었다. 전 소방사는 “로프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해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없는데 높은 곳이라 바람이 세게 불어 온몸이 얼었다”면서 “단단히 언 고드름을 깨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고드름과 옹벽 사이 빈 공간을 도끼로 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부산소방당국에는 지난 18일과 19일 사이 고드름 신고만 10건이 들어왔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 뾰족한 고드름이 맺힌 것을 보고 위험해 보인다며 제거를 요청했다.

지난 18일에는 부산진구 부전동 한 도로의 굴다리 천장에 고드름이 달려 위험하다는 한 버스 기사의 신고가 들어왔다. 그 외 부전지하차도, 주택 전깃줄, 건물 옥상 등에 달린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이어졌다. 전날 오후 4시까지 상수도 사업본부에 계량기가 파손됐다는 신고도 1건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기승인 이날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의 체감온도는 아침 기준 영하 13.8도까지 떨어졌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4도를 기록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낮 한때 기온이 영상 1도로 잠시 올라왔지만 대부분 영하권에 머물렀다. 해안을 중심으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5m에 달하는 강한 바람도 불었다.

기상청은 대륙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찬 기운이 곧장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이른바 ‘북극 한파’ 때문에 강추위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2일에도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 기온도 1도에 그치는 등 강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매우 강한 추위가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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