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오시리아 ‘쇼플렉스’ 장기 방치 가능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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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재기 움직임 의구심 여전
브릿지론 이자조차 수개월 못 내
도시공사, 새 사업자 물색 나서
경기 침체에 이마저 만만찮을 듯
법정공방 땐 한동안 평행선 전망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가 수년간 방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쇼플렉스의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가 수년간 방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쇼플렉스의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대규모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가 좌초 위기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시행사는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고 투자도 유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업 주체인 부산도시공사는 환매 절차를 거쳐 새 사업자를 찾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 법정 공방이 길어진다면 향후 수년간 부지가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

쇼플렉스의 개발시행사인 (주)아트하랑은 21일 ‘글로벌 협력사와 함께하는 쇼플렉스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아트하랑은 중국 건설사인 ‘중국건축제6공정국유한공사’와 1조 1500억 원 규모의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 자산 운용사 ‘브래드버리 투자 펀드 리미티드’의 자회사인 ‘시에라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와 투자협약을 통해 2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도 주장했다. 건축설계 부문에는 호주의 ‘페들소프그룹’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아트하랑 측은 “쇼플렉스 건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전략과 실천방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업자의 이 같은 홍보에도 쇼플렉스 추진 사업은 여전히 공회전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아트하랑에게 사업을 실제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6월 법원에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지난달 1일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고,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 달 17일로 예정돼 있다.

아트하랑은 쇼플렉스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금고 30곳으로부터 1000억 원의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을 대출 받았다. 아트하랑이 브릿지론에 대한 이자조차 수개월째 내지 못하자 부산도시공사가 나서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하려는 것이다. 돈을 빌려 준 지역 새마을금고들로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아트하랑은 다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압류 등으로 사업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환매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서 사업을 추진할 때도 신뢰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다.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쇼플렉스가 들어서기로 한 오시리아 문화예술타운 부지(면적 6만 7913㎡)는 현재 펜스만 설치된 채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부산도시공사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어떠한 처분 행위도 불가능하다. 지하 4층~지상 5층, 연면적 31만 6255㎡ 규모로 각종 공연장과 전시장, 박물관을 갖춘 복합시설이 들어설 거란 시행사 측의 청사진만 공허하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아트하랑 관계자는 “시공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환매와 가처분 등을 해놨는데, 최근 본계약까지 체결됐기 때문에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브릿지론 대출 등도 2600억 원 투자금이 들어오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시리아 문화예술타운은 오시리아 관광단지 관문에 자리 잡은 핵심시설이다. 만일 소송전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고, 그동안 사업 주체와 시행사가 평행선을 긋는다면 앞으로 수년간 더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 환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크게 한 번 엎어진 사업에 뛰어들 새 사업자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숙박 위주의 관광단지에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문화예술타운의 형태가 무엇인지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쇼플렉스를 비롯한 오시리아 관광단지 전반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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