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강도형 질타 민주, 이재명엔 침묵… "내로남불 그만”
2004년 벌금형 받은 이 대표
이후 국회의원·당 대표 이어가
구속 송영길에도 징계 안 내려
비명계, 비대위 출범 거듭 촉구
친명계, 지도부 사퇴 등 없어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그만하자”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비판하는 비명(비이재명)의 주장이다. 이들은 도덕성 문제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친명계는 이런 지적이 ‘이재명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비명계가 주장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 문제와 관련,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력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누가 하든 음주운전”이라며 “내로남불 그만하자”고 주장했다.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이 대표는 국회의원과 당 대표가 됐는데, 민주당이 과연 강 후보자의 음주운전을 문제삼을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당 대표 사퇴를 촉구한 적 없다”며 “누구의 음주운전은 공직자가 절대 안 되는 사유고, 누구의 음주운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강 후보자가 문제면 이 대표도 문제”라며 “내로남불의 민주당으로는 국민 신뢰는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명계는 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 구속에 대해 침묵하는 데 대해서도 ‘이재명 방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가장 큰 성과는 방탄이었다”면서 “송영길(전 대표)의 돈 봉투도 이 대표가 방탄 정치를 안했다면 바로 제명이나 징계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1번 숙제는 이 대표 방탄이었다”면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분에게는 성과일지 모르지만 많은 너무 많은 분이 민주당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이원욱·김종민 의원이 소속된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통합 비대위 출범을 요구한 상태다. ‘원치과 상식’이 제시한 시한은 이달 말이다.
민주당에선 신당 창당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 출범을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2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요구한 통합 비대위 출범 요구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비대위라는 것은 대표직 사퇴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이 대표 등 지도부를 바꿀 경우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명계는 이 대표 사퇴도, 통합 비대위 출범도 없다는 입장이다. 강성 친명계인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통합 비대위는 가능성이 없다”면서 “지금은 통합하고 단결해야 된다”고 말했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통합 비대위 요구에 대해 “(비명계는)한결같이 이재명 대표 퇴진만을 요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친명계가 이처럼 ‘이재명 체제’ 유지 방침을 굳히면서 당내 파열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신당 창당에 나선 이 전 대표도 신당 창당에 대해 “실무적인 일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갈등이 깊어졌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외부 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내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통령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내년 1월 3일 청와대 영빈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 초청장이 왔고, (이 대표가)보고를 받자마자 수락했다”며 “신년회가 국민 통합과 민생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올해 초 열린 신년 인사회에는 불참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