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인력난 '끝이 안 보인다'
빅3 호황기 속 중견 조선사도 수주행렬에
부산 조선기자제 업체 상당수 인력난 겪어
외국인 노동자 고용·임금 인상도 쉽지 않아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물량이 늘면서 장기 불황을 견뎌낸 국내 조선사들이 새로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인력수급이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조선사 등에 선박 부품·자재·설비 등을 공급하는 전국 조선기자재 업체 절반 가까이가 몰려있는 부산의 인력수급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로 4년치에 가까운 일감을 확보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누리고 있다.
중견 조선사들도 수주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HJ중공업은 친환경 컨테이너선 10척 등 2조 4000여 억 원 규모 일감을 확보하는 한편 해경 3000t급 경비함 등 방산 분야 특수선 수주도 성공했다. 선박을 대거 수주하고도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대선조선은 지난달 말 워크아웃 개시 후 경영관리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한 달도 채 안 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해양플랜트협회가 국내 조선소 인력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5년 1만 2081명이었던 기술직(설계기술인력)은 2022년 현재 9352명으로 급감했다. 8만 5581명(2005년)이었던 생산직 역시 2022년 7만 3805명으로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결과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 3분기까지 채용한 생산 인력은 1만 4359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부족 인력(1만 4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채용 인원의 90% 가까이가 외국인 근로자인데다, 숙련공이 많지 않아 인력난은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용접공 등 생산직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 쓸만한 인력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조선업의 인력난은 조선사에 부품·설비 등을 공급하는 조선기자재 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부산조선기자재조합이 소속 기업 347개 사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4년까지 10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로 채용된 인력은 절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수주 물량 증가로 충원이 불가피하지만, 부산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들의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10% 남짓이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고용하기 어려운 현실 탓이다. 조선기자재 업체가 빅3 호황기에 힘입어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1년 정도 기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무작정 임금을 인상할 수도 없다.
이에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정부와 지자체에 외국인 인력 양성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선기자재 업체 대다수는 규모와 여건상 자체적으로 교육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언어 및 문화,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훈련소가 절실하다”며 “대학과 연계한 인력양성 과정 추가 편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