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이 찾아온다면…종말체험 연극 ‘END GAME’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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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연극단, 오는 30일까지 공연
‘종말체험’…관객참여형 연극

‘END GAME’ 공연 장면. 부두연극단 제공 ‘END GAME’ 공연 장면. 부두연극단 제공

살아남은 자들은 불행하다. 눈은 멀고 다리는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데다 온몸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잿빛 태양은 있는 듯 없는 듯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는 이미 반쯤 물에 잠겼다.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식량이라고는 꽁꽁 얼어붙어 딱딱한 비스킷이 전부다.

부두연극단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부산 수영구 액터스소극장에서 연극 ‘END GAME’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 로 잘 알려진 극작가인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 중 하나로, 부두연극단은 기존 작품을 각색해 바이러스, 방사능 유출, 지구온난화 등으로 폐허가 된 세계를 그린다.

눈이 멀고 하반신이 마비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햄’과 그의 수족이 되어주는 ‘클로브’, 쓰레기통에서 살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햄의 부모 ‘나그’와 ‘넬’은 황폐해진 지구의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이다. 연극은 이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지구의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부두연극단은 이번 작품을 관객이 작품 일부에 참여하는 ‘환경 연극 ’방식으로 공연한다. ‘의사’가 해설자로 등장해 관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객석을 무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관객을 겨냥해 “마지막은 처음부터 있었어”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환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관객은 연극 관람전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두연극단 이성규 대표는 “2021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 작품을 처음 공연했는데 관객들이 마치 자기 일인 양 심각하게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현실을 고려해 이번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관객 참여형 연극인만큼 관객들이 흥미를 느끼고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작품 취지를 밝혔다.

이번 공연은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4시에 액터스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예매 문의는 액터스 소극장으로 하면 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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