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천만 영화 올랐다
개봉 33일만 ‘천만 영화’ 올라
팬데믹 이후 시리즈 물 아닌
천만영화 ‘서울의 봄’이 유일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리즈물을 제외하면 첫 천만 영화라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계에선 이번 결과가 한국 영화 재도약의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서울의 봄’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누적 관객 수 1006만 533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33일 만이다.
이 영화는 역대 개봉작으로는 31번째, 한국 영화 중에서는 22번째로 천만 영화가 됐다. 올해 개봉작 중에는 ‘범죄도시 3’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따지면 ‘범죄도시 2’(2022) ‘아바타: 물의 길’(2022) ‘범죄도시 3’에 이어 네 번째다. 이 가운데 시리즈물이 아닌 영화는 ‘서울의 봄’이 유일하다.
이 영화는 공개 이후 이달 19일까지 28일 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지키며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았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국내 사조직 하나회가 무력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사건 진행의 긴박감을 살린 연출로 관객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감독과 배우들의 찾아가는 홍보도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은 수도권은 물론 부산, 광주, 울산, 대전 등 230번이 넘는 무대 인사에 일일이 참여해 관객을 직접 만났다. 무대 인사가 포함된 상영 회차는 대부분 매진됐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스타 배우가 오는 무대 인사는 성적에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홍보 수단”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첫 장편 ‘런어웨이’(1995)로 데뷔한 감독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감기’(2013) ‘아수라’(2016)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천만 영화는 없었다.
배우들에게도 의미가 각별하다. 이 영화는 배우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1994년 데뷔 이래 출연작에 첫 천만 영화를 추가하게 됐다. 정우성이 주연한 기존 영화 중 관객 수가 가장 많은 작품은 668만 명이 관람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이었다.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를 냈다.
영화계에서는 ‘서울의 봄’의 최종 관객 수가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뒷심이 상당해 관객을 꾸준히 동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중의 영화 소비 방식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일부분 옮겨간 상황에서 시리즈가 아닌 작품이 대흥행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힘든 상황에서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에 올랐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예전보단 어렵겠지만, 기대에 충족하는 작품이 나와준다면 관객들이 언제든지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가 흥행 기세를 이어준다면 내년 상반기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