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안 돼요" 역차별 논란 불거진 대출이자 환급
2조 원 규모 지원에 형평성 논란
자산기준 없어 ‘부자 사장’도 혜택
직장인 등 성실 상환자는 배제 돼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비판 커져
은행권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2조 원+α(알파)’ 규모의 민생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역대급 지원안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상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라 형평성과 역차별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대출이 있지만 소득이 높은 ‘부자 사장’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직장인 등 이른바 ‘성실 상환자’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국에 정부가 은행을 압박해 자영업자 지원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발표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 따라 4%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187만 명에게 평균 85만 원의 이자가 내년 2월부터 환급될 방침이다.
지원 방안의 핵심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이자 환급(캐시백)을 실시하는 것이다. 18개 사원은행이 참여하며 지원 규모는 2조 원으로 각 은행이 부담하는 지원액은 올해 순이익 규모에 따라 배분된다.
이자 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 원을 한도로 1년간 연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환급률)로 차주당 총환급 한도는 300만 원이다. 예컨대 대출금이 3억 원, 금리가 5%인 차주가 지난 20일 기준 이자 납입기간이 1년이 지났을 경우, 캐시백 금액은 2억 원(대출금 한도)에 초과 이자 1%와 환급률 90%를 곱한 180만 원이 된다. 다만 대출을 받은 은행의 부담 여력에 따라 최대 지원 한도와 감면율이 밑돌 수 있다. 시중은행보다 여력이 크지 않은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의 수혜가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차주의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기준이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출이 많지만 덩달아 소득도 많은 이른바 ‘부자 사장님’도 영세 자영업자들과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상생금융 논리에 따르면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열악한 대출자에게 집중돼야 하는 재원이 고소득 개인사업자까지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높은 금리의 채무가 많은 일부 고소득자의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수의 고소득자는 신용도가 높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받더라도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은행 대출이 없거나 열심히 돈을 갚았던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실하게 상환해 대출 잔액이 많지 않거나 신용도 관리를 잘해 대출이자를 적게 내는 경우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실하게 돈을 잘 갚은 차주에도 혜택을 줘야 형평성에 맞지 않겠냐”며 “이처럼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면 누가 돈을 잘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겠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 지원안을 강제한 점을 두고는 ‘관치금융’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자영업자에 대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에 나선 바 있는데 이제는 직접 이자를 환급해주라고 하는 것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특히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상생금융안을 발표하고 지원도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도 ‘포퓰리즘’ 논란도 일고 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 차주는 혜택에서 배제된 점도 형평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 재원을 토대로 마련한 만큼 소득과 자산이 적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2금융권에서 연 5% 초과 7% 미만 금리로 대출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일부를 환급해주는 중소금융권 이차보전 사업 예산이 3000억 원 편성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크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금융권은 연체율도 오르고 수익도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은행권과 같은 모델로 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은행권은 자율프로그램으로 약 4000억 원을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료·임대료 지원 등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이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대출이 없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정책금융을 통해 추가 지원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