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삼시 세 끼? 두 끼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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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식(大食) 습관은 이미 삼국 시대부터 이름났던 모양이다. 〈삼국유사〉에는 태종무열왕 김춘추가 하루에 먹는 식사량이 나와 있다. 하루에 쌀 6말, 술 6말, 꿩 10마리였다고 한다. 물론 혼자만 먹은 게 아니라 아랫사람들에게 대궁밥으로 내려 주었을 것이지만, 허세를 감안해도 적은 양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식습관은 외국인들에게도 신기했던 것 같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도 조선인의 식사량을 보고 놀랐다고 하는데, 당시에 이미 저 멀리 유구국(현재 일본 오키나와)까지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구한말 조선에 온 외국인들 역시 많은 식사량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정설이 없는 것 같다. 가난해서 한 번 먹을 때 많이 먹게 됐다는 주장에는, 그렇다면 가난한 형편에 어떻게 많이 먹을 수 있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또 기생충 때문이라는 설과 옛날 살림살이가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가난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하루에 몇 끼를 먹었을까. 조선 시대 평민의 경우 보통 하루 두 끼를 먹었다고 한다. 지존인 임금님은 하루 다섯 끼, 양반들은 보통 세 끼를 먹었지만, 평민은 두 끼 식사가 거의 수 세기 동안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통상 식사를 지칭할 땐 ‘조석(朝夕)’이라고 불렀다. 점심이라는 말은 조선 초기에 이미 등장했는데,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는 정도의 식사였다. 먹더라도 허기만 겨우 면할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식사로 여겨졌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일반적이었던 하루 두 끼 식사가 세 끼로 완전히 정착된 것은 지난 세기 후반부터였다고 한다. 아마 전반적인 경제 성장이 그 바탕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하루 세 끼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셈이다.

세 끼 습관이 불과 100년도 안 된다는 게 신기한데, 근래에 이 식습관이 다시 하루 두 끼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한 기업이 최근 남녀 7000명의 하루 취식 횟수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응답자의 53.7%가 하루 두 끼 식사에 그쳤다. 세 끼는 40.4%, 한 끼도 5.1%나 됐다. 메뉴도 전통적인 쌀이 아닌 빵, 과일, 분식류가 많았다. ‘아점’, ‘점저’ 같은 신조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시절에 이제는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다가 ‘삼식이’ 소리를 듣더라도 정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세상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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