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논란도 반성 대신 반박…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민주당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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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이경 전 부대변인 공천 부적격
당원 게시판엔 “당원이 살리자” 청원글
돈봉투 의혹 송영길 전 대표 조사 거부
정치 탄압 주장에 김남국 의원 앞장서
1심 유죄·기소에도 꿈쩍 않는 분위기
비명계 김종민 “방탄 정당 전락”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도덕성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들이 반성 대신 반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에서 ‘보복 운전’까지 다양한 논란에 대해 ‘정치 탄압’을 주장한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도 당이 이재명 대표를 지킨 것처럼 이들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보복 운전 벌금형’으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전 부대변인은 자신이 아닌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1심에서 대리운전 콜 기록이나 블랙박스 영상 등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이 전 부대변인 공천 탈락과 관련 당내 강성 지지층은 “이 전 부대변인을 당원이 다시 살리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당원청원 게시판에는 이 전 부대변인에게 경선 참여 자격을 줘서 “당원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이 전 부대변인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우리는 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특히 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천 규칙’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1심 유죄 시 공천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면서 “이경에게도 (이를)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에 대해 공천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당 지도부가 ‘정치 탄압’에 대한 ‘예외’ 인정을 강조했고 도덕성 논란 인사들이 연이어 정치 탄압을 주장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 출신 인사 가운데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도 정치 탄압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 소환 전에 스스로 출석했던 송 전 대표는 실제 구속이 되자 검찰과 싸우겠다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아내는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에 나와 “정치적인 기획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의 정치 탄압 주장에는 ‘코인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동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송 전 대표가 구속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송영길 검찰탄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야당 정치인에 대해 인간사냥 하듯 검찰권과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고 탈당하거나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이 정치 탄압을 주장하며 반발하는 데 대해선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지난 1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거나 기소가 돼도 (관련자들이)꿈쩍도 안 한다”면서 “전 대표가 돈봉투 사건,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방탄 정당, 부도덕성에 대한 반성과 사과, 참회가 없다면 많은 시민들이 민주당부터 마음을 접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도덕성 논란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통합’ 행보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 대표가 ‘포용’ 대신 ‘원팀’만을 강조하자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가 별도 회동을 갖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4일 서울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갖고 민주당의 공천 논란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민주당에서 비명계 인사들의 공천 탈락이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 공세에 나선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으로 정치권에선 ‘세 총리(김부겸·정세균·이낙연) 연대설’이 다시 부각됐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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